껌과 이에 관한 새로운 발견
약 1만 년 전에 이미 ‘이(lice)’와 비슷한 기생 곤충이 살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이 화석보다 약 5,000년이나 앞당겨졌다. 0.2~0.5㎜ 안팎 크기의 기생 곤충은 용감하게도 당시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의 깃털을 갉아먹고 살았다. 약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인류 조상이 껌을 씹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껌의 역사’도 다시 기록됐다. 지난 10일과 17일 발간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각각 실린 두 개의 논문은 ‘이’와 ‘껌’에 대한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서우두사범대와 중국과학원, 스미스소니언협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만들어진 지 9900만년 된 두 개의 호박 조각 속 공룡 깃털에서 기생충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10개의 기생곤충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호박은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에 있는 후쾅계곡에서 발견됐다.
이들이 ‘메솝티루스 엥겔리(Mesophthirus engeli)’라고 이름 붙인 이 곤충은 날개가 없고 눈이 작았다. 짧은 더듬이와 다리를 갖고 있었다. 다리의 끝은 한 개의 발톱을 갖고 있는 작은 앞발목마디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메솝티루스 엥겔리가 빠르게 움직이거나 높이 뛰는데 적합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이들이 발견된 공룡 깃털이 부분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볼 때 기생 곤충이 공룡의 깃털을 갉아먹고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솝티루스는 ‘중생대의 이’란 뜻으로, 메솝티루스 엥겔리 유충은 크기가 0.2㎜였다. 성충이 됐을 때는 0.5㎜까지 자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머리카락의 굵기는 보통 0.1㎜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이 화석은 약 4,400만년 전의 것이지만,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깃털이 달린 공룡과 새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던 백악기 중기 전후에 깃털 기생충도 진화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메솝티루스 엥겔리의 ‘먹이 취향’은 덜 까다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이는 보통 하나의 종 또는 특정 종의 한 신체 부위에 주로 산다. 반면 메솝티루스 엥겔리가 발견된 두 개의 호박 표본에선 서로 다른 공룡의 것으로 보이는 깃털이 나왔다. 이들은 또 “메솝티루스 엥겔리가 깃털을 갉아먹었기 때문에 공룡들은 스스로 깃털을 손질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새들이 깃털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공룡도 비슷한 행동을 했을 거란 얘기다.
약 5,700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이미 껌을 씹었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덴마크 롤랜드 섬의 고고학유적지에서 자작나무 타르로 만든 약 2㎝ 크기의 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작나무 껍질을 가열해 만든 끈적끈적한 자작나무 타르는 화살촉에 화살을 붙이거나 다양한 석기 도구를 고치는 천연 접착제로 아주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그러다 자작나무 타르가 굳어지면 고대인들은 이를 다시 씹어 유연하게 만든 뒤 다시 도구를 수리하는데 써왔다.
신석기 시대 때 덴마크 남부에 살던 한 고대인은 자작나무 타르로 만든 원시적인 형태의 껌을 씹다가 뱉었고 이 작은 껌에 남아 있던 DNA를 분석, 현대인들은 약 6,000년 전에 살았던 그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는 여성이었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와 검은색 머리카락,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또 껌 속에선 청둥오리와 헤이즐넛, 40여종의 미생물 DNA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청둥오리와 헤이즐넛은 해당 여성이 껌을 씹기 전에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0여종의 미생물 중에는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포르리포모나스 진지발리스와 급성중이염, 폐렴 등을 앓게 하는 폐렴구균, 버킷 림프종과 관련 있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도 있었다. 버킷 림프종은 턱 뼈 위쪽에 종양이 생기는 병이다. 연구진은 여성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수천 년 전에 누가 무심코 버린 작은 자작나무 덩어리만으로 그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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