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는 진료과 특성 때문에 진료실적을 내기 힘들다. 암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양한 검사를 받고 약을 복용하지만 소아 환자들은 수술이 성공해 치료가 마무리되면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아외과 의사들은 “힘은 힘대로 드는데 진료실적은 바닥이고, 의료사고가 나면 신세를 망치는 것이 소아외과 의사의 현실”이라고 자조한다.
소아외과 의사들은 병원 눈치를 보지 않고 소아 환자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통해 권역외상센터 소속 전문의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처럼 소아외과 의사들의 인건비를 지원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소아외과 영역을 ‘공공의료’로 규정해 의사들의 인건비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역외상센터 소속 전문의들은 ‘중증외상전문진료 체계 구축’ 사업을 통해 연간 1억4,4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김성철 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성인 환자의 경우 수술을 할 때 절제와 문합에 필요한 각종 의료기기와 의료재료가 투입돼 수가를 더 받을 수 있지만 소아 환자의 절제와 문합은 집도의가 하나하나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행위별 수가밖에 받을 수 없어 진료수익이 낮다”며 “수가를 인상하려 해도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 문제가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지원으로 인건비 문제가 해결되면 진료실적을 보충하기 위해 성인 환자를 보지 않고, 소아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경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병원으로부터 받는 진료실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소아외과 의사 10명 중 2명 이상은 진료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외과 의사들은 인건비 지원과 함께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소아외과 의사를 신생아중환자실 필수인력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연진 전북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소아외과 의사가 없어 수술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환아를 이송하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부에서도 소아외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4월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소아외과를 필수의료에 포함해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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