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야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4+1 협의체’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협상 막바지 국면에 자유한국당이 비례의석 확보를 노린 위성 정당 설립을 추진키로 해 논란을 낳고 있다. 가칭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한국당 지지자들이 이 당에 정당투표를 몰아주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아직은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견제하는 압박성으로 이해되지만, ‘의원 꿔주기’ 등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돼 한국당이 정치 제도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높다.
공식 석상에서 이 구상을 밝힌 이는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다. 그는 18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좌파 연합 세력이 연동형 비례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자유한국당에선 지역구 후보만 내고 비례대표는 모두 위성 정당에 배치해 지지자들의 표를 의석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비례대표와 불출마 의원을 대거 비례한국당으로 보내 원내 2당으로 만든 뒤 총선에서 ‘기호 2번’을 배정받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정책위의장 역시 알바니아 사례 등을 언급하며 “연동형 선거제를 채택하면 (제도의 허점을 노린) 대체 정당이 여럿 나올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마련 중인 다양한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성 정당이 변칙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변칙을 쓰게 만드는 제도의 잘못이나 그런 제도로 의석을 늘리려는 심보를 먼저 탓하는 게 순서”라고 일축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닷새째 규탄 대회를 이어 가며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올인하는 한국당의 행태는 시간이 갈수록 안팎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내부에선 “지도부가 극우 태극기부대를 잡으려다 중도와 중원을 다 놓치고 있다”는 불만과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의 위성 정당 구상은 이 같은 강경 투쟁 일변도 방식으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고육지책으로 제기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방안의 현실성이 의심되고 자칫 당만 공중분해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열려 있는 협상과 대화 통로를 외면하고 굳이 자가당착의 길만 찾는 한국당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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