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유발하는 건강 문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세기 들어 효과적인 의약품이 속속 개발되면서 인류를 괴롭혀왔던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약은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을 거쳐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시행하여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후 치료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쳤더라도 많은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한 후에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약을 먹을 때에는 항상 부작용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약 복용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큰 지 따져봐야 한다.
약의 부작용은 예측 가능한 부작용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사용되는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어 치료 효과를 거두는 약이다. 따라서 이들 약을 복용하다가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뇨병 약을 먹는 환자는 저혈당에 대비하여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갑자기 저혈당 증상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먹을 사탕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한 혈전 생성을 막으려고 먹는 항응고제는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이 내시경검사를 받을 때에는 미리 의사와 상의하여 며칠 전부터 약 복용을 끊어야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약의 치료효과가 체내에 과도하게 나타나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드물게 나타나는 간 기능 이상이나 고혈압약의 일종인 ACE억제제를 먹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기침은 약 본래의 약효와는 관련이 없는 부작용이다.
이처럼 약 본래의 약효와 관련이 없는 부작용을 살펴보자. 우선 세포 독성이 있는 일부 약은 복용 후 탈모가 될 수 있다. 일부 항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제 복용 후 발진 등 피부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임약이나 일부 항생제, 말라리아 약을 먹으면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소염제나 항갑상선제, 부정맥치료제를 복용하면 백혈구감소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일부 항생제나 결핵약을 먹은 뒤 혈소판감소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먹은 후 위염이나 위십이지장궤양이 나타날 수 있고, 진통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무좀치료제, 이상지질혈증치료제를 복용한 뒤 간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상당수 약들이 간에서 대사 분해되므로 이 과정에서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약의 하나인 ACE억제제는 기침을, 경구 피임약은 폐색전증이 유발할 수 있다.
심혈관계에도 약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알파차단제는 협심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부 위장운동개선제나 항우울제는 부정맥이 일으킬 수 있고, 스테로이드나 교감신경성 약은 혈압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약물은 콩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므로 콩팥이 손상될 수 있다. 일부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는 콩팥을 해칠 수 있는데 특히 소염진통제를 다량으로 장기 복용하면 신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신경통 약 등 여러 약을 복용하면 어지러울 수 있고, 경구 피임약 복용 후 뇌졸중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이 생기면 약 부작용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성장호르몬은 관절통을, 일부 이상지질혈증치료제와 항결핵제는 근육통과 근육염을, 스테로이드와 항전간제는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의 1% 정도는 약 복용 때문이다. 항히스타민·페니실린·항갑상선제 등 다양한 약이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건강문제 중 약에 의한 부작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대부분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진단하지 못할 뿐이다. 특히 여러 약을 복용하는 다제 투여가 노년층에서 흔하다. 이 때문에 낙상 골절 인지기능장애 치매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을 때는 반드시 의사에게 약 복용력을 알려야 한다.
특히 약을 끊은 후 증상이 개선되었다가 다시 약을 복용하면서 증상이 생긴다면 약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에는 주치의와 상의하여 약을 끊고 필요하면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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