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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스키 천국 니세코, 주민은 치솟는 임대료ㆍ물가에 냉가슴

입력
2019.12.22 12:00
수정
2019.12.22 1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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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본에 의한 투자 개발이 외국인 부유층에만 맞춰져

일본의 유명 스키리조트 지역인 홋카이도 니세코 지역 스키장. 굿찬초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유명 스키리조트 지역인 홋카이도 니세코 지역 스키장. 굿찬초 홈페이지 캡처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유명 스키리조트 지역인 니세코에서는 외국인 여행객 급증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겨울철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기 위해 찾는 외국인 부유층을 겨냥한 해외자본의 투자가 급증하면서다. 지역 개발에서 배제된 이 곳 주민들은 오히려 임대료와 물가 상승으로 “더 이상 살기 어렵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니세코는 스키에 적합한 습도를 가진 파우더 스노로 유명한 지역이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국내 스키 여행객의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0년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여행객이 급증했다. 지난해 방문한 외국인은 13만4,600명으로 10년 전보다 4배나 증가했다. 이에 외국인을 겨냥한 고급 별장과 펜션이 들어선 굿찬초(俱知安町)의 지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6.7%를 기록하면서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스키 시즌이 되면 굿찬초에는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8명 중 1명 꼴로 급증한다. 올해 1~3월과 11월에도 1,500~2,000명 수준이었다. 천혜의 자연조건 하에서 겨울철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장기 숙박하거나, 아예 현지에 호텔, 별장 등을 소유하기 위해 건물과 땅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니세코 중심가도 외국 풍경과 다르지 않다. 주요 리조트나 카페와 레스토랑의 간판은 대부분 영어로 쓰여 있고 손님 대부분도 외국인이다. 거리에선 일본어보다 영어와 중국어 등의 다른 나라 언어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관광ㆍ서비스업 종사자들도 대부분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겨울철 성수기에는 약 1,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위해 니세코를 찾는다.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을 우려해야 하는 지역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니세코 주민들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토지나 상가 소유주들이 지가 상승과 함께 외국자본에 이를 팔고 떠나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은 오히려 줄었다. 해외자본에 의한 개발이 외국인 부유층에 맞춰져 있어서다.

실제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슈퍼마켓에는 수입식품이 즐비하고 한 팩에 5만엔(약 53만원)이 넘는 성게알 등 고급 식재료가 부지기수다. 지역 주민들로서는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리조트 등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늘면서 주택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원룸의 월세도 6만엔(약 63만원)이 넘어 삿포로(札幌)보다 비싼 수준이다.

부동산 소유주의 상당수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투자이익을 일본 현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로 온 외국인들도 겨울철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서 돈을 쓴다. 그러다 보니 지역경제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외국자본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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