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행방불명자 가족 정호화씨
광주 신원미상 유골에 기대 걸어
옛 광주교도소에서 구멍 뚫린 두개골 등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가 발견되면서 5ㆍ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암매장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 작업이 시작됐다. 이에 1980년 5월 이후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40여년 동안 기다려온 가족들의 기대도 부풀고 있다.
5ㆍ18 행방불명자 가족 정호화(47)씨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버님을 40년 기다렸는데, 6개월 검사기간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광주시와 시민단체들은 20일 무더기로 발견된 유골들이 5ㆍ18 당시 행방불명자 유골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남대병원에 보관 중인 유족들의 DNA와 대조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 20일, 이웃과 함께 석유를 사러 갔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당시 어머니가 광주에서 운영하던 막걸릿집 화로에 넣을 석유였다. 이후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이 수소문했으나, 당시 43세였던 아버지는 아들(당시 8세)이 그보다 더 나이를 먹은 오늘날까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정씨는 “어머님이 계속 기다리시니까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의 유골도 찾지 못했지만, 전면적 발굴 작업은 현실의 벽 앞에선 불가능했다. 정씨는 “저희가 어디에 (유골이) 있다고 해도 사유지도 있고, 체육공원이다 어디다 해서 (발굴)허가 받기가 힘들다”며 “국가가 나서서 안 하는 이상 일반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미 땅에 묻혀 있기 때문에 공사 중이거나 아파트 공사에서 유골 나오거나 하면 그런데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암매장 추정지로 유력하게 거론된 옛 광주교도소는 2017년에도 50여일간 발굴조사와 수색작업이 진행됐지만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들의 애끓는 기다림은 이어지고 있다. 정씨는 “(신원 파악에)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데, 국가기관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골이 5ㆍ18과 연관이 없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그는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여야 그게 맞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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