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제철 만난 동해 대방어 “클수록 맛있다” 인식 10㎏ 이상 몸값 천정부지
푸른 등과 은빛 몸통을 자랑하는 경북 동해안 방어가 제철을 맞았다. 방어는 본래 겨울철 대형급이 많이 잡히는 제주도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동해서는 무게 5㎏이하 중ㆍ소형급이 주로 잡혔지만 최근 몇 년 새 대방어가 올라오면서 수산시장과 유명횟집마다 방어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포항수협 중매인 김상은(51)씨는 “본래 동해안은 식감이 좋은 흰살 생선을 즐기는데 요즘은 방어처럼 풍미가 좋은 붉은살 생선을 찾는 사람도 많다”며 “동해안에서 대방어가 많이 잡히자 20대, 30대 젊은 사람들까지 맛보러 올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방어는 ‘몸집이 클수록 맛있다’는 소문에 무게 5㎏이상의 대방어도 모자라 10㎏짜리를 놓고 ‘특대방어’라는 이름까지 등장했다. 큰 방어를 찾는 수요가 많아져 중ㆍ소형급과 달리 유독 대형급 가격만 오르고 있다.
25일 포항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24일까지 포항수협 위판장을 통해 거래된 방어는 20톤, 올해는 같은 기간 117톤으로 5배 이상이다.
공급이 늘어도 가격은 되레 오르고 있다. 경매가가 이달 초 1㎏ 2만원선이던 것이 20일엔 3만원을 돌파했다. 수협 활어회센터 1층에 판매되는 특대방어 10㎏짜리는 40만원에서 열흘 새 45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는 때문으로 보인다.
김진수 포항수협 판매과장은 “5㎏짜리 중방어 가격은 변동이 없는데도 대방어만 치솟고 있다”이라며 “10㎏ 특대방어 한 마리면 성인 15명이 먹는 양인데 연말 송년회 등 모임이 많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방어는 전갱이과에 속하는 온대성 어류다. 봄부터 여름까지 난류를 따라 떼를 지어 동해안으로 이동했다 가을 이후 제주도 주변 해역으로 내려가 계절회유가 뚜렷한 종이다. 때문에 제주 바다에 많던 대형급 방어가 동해서도 많이 잡히는 원인을 놓고 온난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방어는 연중 어획되나 늦을 가을부터 겨울까지 어획량이 연중 60% 이상을 차지한다. 여름에는 대방어라도 살이 푸석푸석하고 사상충이라는 기생충이 많은 탓이다. 더구나 방어의 먹이가 되는 어종들도 늦가을이 되면 몸에 지방이 가득 찰 때다. 겨울 대방어는 기름이 풍부한 먹이를 먹어 살이 잔뜩 오르고 지방이 골고루 배어 있다.
동해서도 대방어 열풍이 불면서 방어로 유명한 제주와 논쟁이 붙었다. 동해 어민들은 “제주 방어는 중형급을 해상 가두리로 옮겨 사료를 먹여 일부러 몸집을 키우지만 동해 방어는 바다에서 잡은 100% 자연산이라 맛이 더 좋다”고 강조한다.
정재관 포항수협 경제상무는 “동해 방어는 여러 종류의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설치해 둔 정치망에 걸려 든 것이기 때문에 물량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방어회의 인기에 어민들간 다툼도 생겼다. 지난 10월 방어가 많이 잡히는 경북 울진과 영덕 해상에서 남해 청어잡이 소형선망 어선과 동해안 정치망 어선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동해안 어민들이 바다에 쳐둔 정치망에 방어가 걸려들기도 전 남해 소형선망이 나서 싹쓸이 하자, 양측은 수협 위판을 놓고 일촉즉발 상황이 되기도 했다.
김두한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대방어 철이 아니었는데도 오징어 등 동해에서 많이 잡힌 어종 조업이 부진하자 예민한 어민들간 다툼이 있었다”며 “당시 조업했던 소형선망 어선들은 현재 남해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동해 대방어를 저렴하게 먹는 방법은 각 지역 수협 회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수협 회센터는 위판장을 통해 펄떡거리는 대방어를 가장 먼저 취급하는데다 10명도 다 먹기 어려운 10㎏ 이상의 특대방어도 여러 테이블에 나눠 판매한다.
임영식 포항수협 상임이사는 “유명횟집도 대방어를 찾는 손님 수가 어느 정도 돼야 작업할 수 있어 맛보기 쉽지 않다”며 “수협 회센터는 새벽 경매로 낙찰 받은 대방어를 바로 손님들에게 제공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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