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 숫자가 정부 공식집계 사상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넘어섰다. 1995년 창립 이후 23년만에 ‘제1 노총’ 자리에 올라선 것으로, 양대 노총의 조직확대 경쟁 가열과 노정 관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등 의미가 작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8,035명, 상급단체별 조직률은 41.5%로 한국노총(93만2,991명, 40.0%)을 모두 앞섰다. 전년보다 무려 조합원이 25만명 이상 증가한 것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노총이 지난 4월 발표한 신규 조합원(2017~2019년) 10명 중 4명이 공공부문 소속이었다.
10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노총의 제1 노총 지위 확보는 민주노총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사용자 단체에 대해 명실상부한 노동계 대표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과 동시에 노동시장 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해 책임 있는 해법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위치에 섰기 때문이다. 1999년 사회적대화기구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사실상 한국노총에 떠맡긴 채 파업, 농성, 시위와 같은 단체행동을 통한 비타협적 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의 확산 등 전통적 근로 형태의 변화와 이에 따른 노동법 및 노사관계의 개혁, 좋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 등 각종 노동ㆍ복지 의제에 대해 민주노총은 더 이상 방관자적 자리에 머무를 수 없는 위상을 갖게 됐다.
민주노총은 거리의 정치로 대표되는 기존의 비타협적 투쟁 노선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 내부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문제의 공론화에 민주노총의 공이 크지만, 여전히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 조직 중심 조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새겨야 한다. 노동자 간 격차 극복과 상생을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기득권 노동자들의 양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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