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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에 대해 묻다] “개 전기도살 유죄는 당연… 학대 예방 동물복지 기준 서둘러라”

입력
2019.12.2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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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일 법원이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입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개를 도살한 업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였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23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 감전으로 개를 죽이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도축해서 판매한 업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위협을 감지하고 공포에 질려 저항하는 동물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입에 억지로 전기 쇠꼬챙이를 물려 극심한 고통을 유발해 죽이는 것은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로, 가축 도살시 방혈 전 의식 소실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기절 과정과는 그 목적부터 차이가 있다. 휴메인벳의 최태규 수의사는 “전압, 전류, 적용 위치를 정확히 지켜도 전기를 이용해 의식 소실과 심정지를 동시에 유발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축장에서는 전기를 기절시키는 목적으로만 사용하지 죽이는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역시 해당 행위에 대해 무의식을 유발하지 않고 전기로 마비시키는 것은 극도로 혐오적이고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증언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박주연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을 통해 개 도살에 통상적으로 쓰이던 방법이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도살 방법’임이 명백히 확인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개도살 산업이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개를 전기로 감전시켜 죽이는 행위가 잔인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판가름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수준이 국제적 기준이나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시민들의 동물보호 인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길고양이의 배를 갈라 죽이는 등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고 있다. 많은 시민이 수년 동안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 무력감을 호소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1,546건의 동물학대 사건 중 실형에 처해진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미미한 처벌과 부실한 관리감독은 동물학대가 반사회적인 범죄라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 제한된 일부 행위만 나열하고 있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정한 학대 행위에 포함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죽음에 이르거나 상해, 질병을 유발한 경우를 학대로 인정해 실제로 동물이 피해를 입기 전에 보호하고 학대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보다 포괄적으로 학대로 규정함과 동시에, 사람의 관리하에 있는 동물이라면 최소한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해야 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법이 규정하지 않은 동물의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동물과 사람이 조금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도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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