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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3만장 정리해” 공익요원에 ‘갑질’한 공무원에 비난 쇄도

입력
2019.12.26 18:10
수정
2019.12.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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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 일 안 한다” 글 올리자 해당 공익 “과중 업무 지시” 반박 

 누리꾼 “공무원 너무한다” 공분…구청 측 “당사자들 화해, 감사 여부 고심” 

인천 연수구의 한 동사무소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3만 5,000개를 정리한 공익근무요원이라 밝힌 글쓴이가 올린 미세먼지 마스크가 담긴 박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천 연수구의 한 동사무소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3만 5,000개를 정리한 공익근무요원이라 밝힌 글쓴이가 올린 미세먼지 마스크가 담긴 박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동사무소(주민센터) 공무원이 인터넷 게시판에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이 일을 안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불만을 토로했다가 26일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글에 등장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직접 나서 “3만장이 넘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혼자 분류하게 했다”며 본인 입장에서 사건의 전말을 밝힌 글을 올리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의 ‘갑질’이라 판단한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논란은 19일 최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동사무소에서 일한다고 소개한 글쓴이가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공익근무요원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공익근무요원이 매일같이 근무를 기피하는데, 물건을 봉투에 배분해 담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역시나 표정이 굳더라”라며 “(일을) 하고 나서는 물건을 잘못 배분해서 오류 난 것은 나보고 책임지라 전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마디 했고 팀장님이 저를 불러서 따로 좋게 말씀하셨는데, 그걸 공익근무요원이 듣고 ‘하대한다’며 신문고에 올리고 민원을 넣겠다고 한다”면서 “추운 날 다른 군인들은 동원 훈련에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는데 자기는 따뜻하게 앉아서 근무기피 하는 것을 보니 열이 더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고, 며칠이 지난 23일 자신이 해당 공익근무요원이라 밝힌 이의 반박 글이 올라오면서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이 글쓴이는 “구청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 3만 5,000장이 왔는데 (글을 올린 해당 공무원이) 나보고 이걸 30장씩 분류하라고 해서 2주 동안 하루 종일 혼자 했다”며 “마스크 30장씩 묶은 것을 상자에 넣으라 길래 다 넣고 마무리했는데 일주일 후 갑자기 다시 마스크 묶은 것을 꺼내 봉투에 넣으라고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봉투를 주고 하라고 했으면 일을 두 번 할 이유가 없는데 내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 않나”라며 “그래서 ‘혼자 3만 5,000장을 하다 보니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고, 나는 이 업무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했더니 (해당) 공무원이 화가 나서 숙직실에서 주의를 주고는 옆에 있는 탕비실에서 다른 공무원에게 큰 소리로 내 뒷담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공익근무요원은 이 공무원이 “듣고 느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욕한 거다”, “군대보다 편한 거 아니냐 참고하라”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이 “3만 5,000장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묻자 공무원이 “왜 도와달라고 안 했느냐”고 답 했다면서, 애초에 도와달라고 요청한 당시에는 “열심히 하라”며 도와주지 않고 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글쓴이는 뒤이어 동사무소에 쌓여있는 마스크 박스 사진을 올리는 등 본인이 글에 등장하는 공익근무요원이라 인증했고, 분노한 누리꾼들은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사건 관련 동사무소와 공무원 신상을 뒤쫓기 시작했다. 국민신문고와 구청 등에 “공익근무요원에게 지나친 업무를 시키고 불합리한 대우를 한 해당 공무원을 직무태만 및 품위유지 의무위반으로 징계하라”는 민원도 빗발쳤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익근무요원은 공무원 부하직원이 아닌데 착각하지 마라”(착****), “(공익근무요원이었는데) 공무원들이 나한테 잡일 떠넘기고 일 안 하고 노는 거 보면서 진절머리가 났었다”(나****), “공익근무요원이 공무원의 노비라는 마인드”(시****), “정말 일이 너무 바빠 도저히 할 수 없을 때는 공익근무요원을 시킬 수 있지만 그럼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지 사람으로 대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쓰****), “대한민국의 군인, 혹은 공익근무요원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이 정도라니 가슴 아픈 일”(권****)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인천 연수구의 한 동사무소 공무원이 공익근무요원 사건과 관련해 올린 자필 사과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인천 연수구의 한 동사무소 공무원이 공익근무요원 사건과 관련해 올린 자필 사과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커지자 24일 처음 글을 썼던 공무원은 같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경솔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리라 미리 생각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해당 공익근무요원과는 어느 정도 대화가 잘 마무리 됐는데 전적으로 제 행동에 문제가 있었고, 대화를 통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잘못된 인식 또한 알게 됐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자필로 또 한 번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현재 이 공무원이 쓴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해당 공무원은 서기보 시보 신분으로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측은 임용된 지는 1~2달 가량 됐으나 정식 발령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의 계속되는 민원에 이날 오후 지역 시ㆍ구의원 또한 동사무소를 방문해 실태파악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연수구청장에게도 보고된 상태다. 다만 징계 및 감사 여부에 대해서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수구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구청장에게 보고된 사안인데 일단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고, 감사실에서 이후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공무원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잘 모르고 잘못을 했는데, 향후 지켜보고 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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