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노무사ㆍ변호사의 조언]
갑질 피해 땐 신고가 가장 중요, 혼자 고민 말고 동료와 연대해야
노동인권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매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상사의 폭언, 갑작스런 해고, 술자리 강요 등 직장 갑질 피해자들이 이 곳의 문을 두드린다.
2017년 11월 상담 창구를 연 뒤 지금까지 쌓인 상담건수만 4만여건에 달한다. 카카오톡, 이메일,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지금도 하루 평균 80~100건의 상담이 들어온다. 노무사와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 120여명이 피해자들의 호소에 대응한다. 시간을 쪼개 ‘재능 연대’를 실천하는 전문가들은 직장 내 ‘을’들의 버팀목이다.
법무법인 ‘여는’의 조윤희(29) 노무사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신예지(32) 변호사도 직장갑질119에서 상담을 맡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9일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채팅방에서 1시간 반 동안 수십 건의 문의에 대해 다면상담을 진행하고, 세세한 사연이 담긴 이메일 상담은 더욱 정성 들여 답변한다.
두 사람은 직장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례가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특히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노무사는 “휴일이랑 퇴근 후에 송년회 장기자랑을 준비하라며 춤 연습을 강요한 사례가 있었다. 그 회사는 회식에 불참하면 시말서까지 쓰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신 변호사는 회사에 신고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괴롭힘 금지법에서도 회사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통화녹음이나 메모 등은 사건 정황과 일치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거수집도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특히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조 노무사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동료의 지지와 지원,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도 “피해자가 너무 착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참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ㆍ산업안전보건법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사측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줬을 때만 처벌 규정이 있고, 괴롭힘을 조사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조치 또는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엔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조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발적 이직을 실업급여 수급 사유로 인정받게 하는 방안이 아직 입법화되지 않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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