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맨손, 책 등으로 내리쳐…5·18단체 추가제작 여부 고민 중
12ㆍ12 쿠데타 40년을 맞아 5ㆍ18 관련 시민단체가 세운 ‘전두환 동상’이 2주도 채 안 돼 박살났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동상을 맨손, 책 등으로 머리 부분을 차례로 내리쳐 큰 균열이 생겼다.
2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머리 부분에 금이 가 보수 중인 전두환 동상 사진이 확산됐다. 동상 앞에는 ‘전두환 머리 부분이 손상됐으니 당분간 때리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부착돼 있었다.
전두환 동상은 군복 차림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포승에 묶인 채 쇠창살에 갇힌 모습을 실물 크기로 형상화한 조형물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전시됐다. 5ㆍ18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세운 동상이다.
5ㆍ18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동상을 설치한 이후 시민들이 전두환 동상의 머리를 때리면서 일찌감치 미세균열이 생겼다. 20일쯤부터 미세한 균열이 가 있었는데, 타격이 계속되면서 22일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시민들이 주먹으로 가격하면서 24일 머리 부분이 둘로 갈라지듯 부서졌다. 현재는 접착제로 임시 보수해 둔 상태다.
훼손된 동상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동상이 약한 걸까, 시민들의 분노가 강한 걸까”(ty****), “저 단단한 게 벌써 깨지다니 의미가 있다”(지****), “전두환 동상 웃긴다. 사람들이 엄청 때렸나 보다”(ap****), “동상이 무슨 죄가 있겠냐. 살아 있는 전두환이 죄다”(se****)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킴이단 소속 5ㆍ18 구속부상자회 서울지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동상을 많은 분들이 보셔야 하니까 깨지면 안 돼서 시민들에게 조형물을 때리지 말고 보기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전두환씨에게 분노를 가진 분들이 많은지 다들 힘껏 때리려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상 제작자에게 문의는 드렸는데, 다시 제작할지 등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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