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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소집 때 아동 안전 확인한다더니… 초등교 20곳 모두 “부모만 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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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소집 때 아동 안전 확인한다더니… 초등교 20곳 모두 “부모만 와도 돼요”

입력
2019.12.3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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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서울ㆍ경기ㆍ세종 초교 무작위 점검

학대받아 숨진 ‘원영이 사건’ 이후 보호자·입학생 함께 참석 의무화

불참 땐 증빙서류 꼭 내야하지만 학교들 “지침 없었다” 요구 안 해

위험 아동, 입학까지 안전에 공백 “정부 점검 강화·교육자 노력 절실”

세종시 관내 초등학교 입학생들을 위한 예비소집이 이뤄진 26일 세종 연양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 등 뒤에 어린이가 숨어있다. 뉴스1
세종시 관내 초등학교 입학생들을 위한 예비소집이 이뤄진 26일 세종 연양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 등 뒤에 어린이가 숨어있다. 뉴스1

정부가 2016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인 ‘원영이 사건’ 이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 규정을 대폭 강화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바뀐 규정대로면 취학 대상 아동의 보호자는 예비소집 때 반드시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데, 정작 현장에선 이에 대한 안내가 허술할 뿐 아니라 어겨도 별 제지를 받지 않아서다. 촘촘한 검증으로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를 조기에 찾겠다는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비소집 절차가 지난 26일 세종시를 시작으로 내년 1월10일까지 지역별로 진행된다. 예비소집은 예비 초등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 전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최근엔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위기 아동을 찾아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26일부터 이틀간 서울, 경기, 세종시에 있는 초등학교 20개를 무작위로 골라 ‘예비소집에 아이가 꼭 참석해야 하나’라고 물었더니, 20곳 모두 “아이를 데려 오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1곳(동작구 소재)이 “가급적 아이가 참석하는 걸 권장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19곳은 사정상 아이를 데려가기 어렵다는 기자 말에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했다. 더 나아가 “취학통지서만 낼 수 있으면 부모 지인이 대신 참석해도 된다”(서울 마포 A초등학교)거나, “원래 예비소집 땐 아이를 안 데려와도 된다”(경기 고양시의 B초등학교)고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예비소집을 통한 위기아동 발굴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은 “아이가 직접 참석하지 못할 땐 불참사유를 알 수 있는 증빙서류를 반드시 내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본보가 조사한 서울 관내 10개 학교 중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사는 “증빙서류를 받으라는 공문은 내려온 적이 없다. 지침이 없다 보니 우선 학부모만 오면 아이도 무사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예비소집 관련 방침은 2016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강화됐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였던 신원영군이 2016년 예비소집에 불참하고 한 달 뒤인 2월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 학대로 숨진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 이후 정부는 미취학 및 장기 결석 중인 아동만을 상대로 진행했던 소재점검을 예비소집 대상 아동까지 확대했다. 보호자가 반드시 예비소집에 아이를 데려가 아이가 현재 안전한 상태라는 걸 학교에 검증 받으란 취지다. 불가피하게 예비소집에 불참할 땐 소집일 전 해당 학교에 문의해 별도의 취학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예비소집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위기아동에 대해 1,2개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학부모 혼자 예비소집에라도 출석하면 일단 해당 아동 이름은 교육부가 2월에 발표하는 위험아동 명단에 빠진다. 경찰 수사 의뢰도 입학 직전까지 학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예비소집은 미취학아동 건강검진 등과 함께 위기아동을 발굴할 수 있게 마련해 둔 장치 중 하나”라며 “제도가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시교육청의 방침 강화와 일선 교육자들도 부모와 아이를 주의 깊게 면담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오후 세종 연양초등학교에서 열린 2020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 설명회에서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세종 연양초등학교에서 열린 2020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 설명회에서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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