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세밑 정국은 더욱 얼어 붙는 분위기다. 특히 공수처 법안 처리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 카드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재검토까지 고려하면서 신년 벽두부터 험난한 정국이 예상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 설치 법안까지 무기력하게 내준 한국당은 31일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공수처장을 멋대로 임명할 수 있으며, 좌파 변호사단체인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나 참여연대 등 좌파단체를 수사관으로 임명할 것”이라며 “공수처는 김정은의 충견인 보위부나 나치 게슈타포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당초 제기했던 의원직 총사퇴나 공수처법 헌법소원보다 여당에 더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정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걸고 넘어졌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진행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론하며 “이런 식으로 청문회를 하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해야 하나 거부해야 하나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국당과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분주했다. 1월 초로 구상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국회 처리 등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검찰 내의 반성과 출발”이라며 검찰개혁 의지를 다시 환기시켰다. 한국당을 향한 견제도 빼놓지 않았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공수처 법안에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처리를 통해 국민이 명령하는 검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한국당은 법안 처리를 빌미로 민생법안 발목잡기를 중단해달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당장 연초부터 다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은 3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검경수사권 조정안 저지 등의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처리까지 내준 한국당 입장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안 저지를 정세균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연결시키면서 공세 수위를 높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검경수사권 조정안까지 무력하게 통과시킬 경우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내부 비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라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에 있어 투쟁력을 극대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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