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정세균 인선 지연시켜도 이총리 16일 이전 사퇴” 시나리오
‘국정 책임 방기’ 비난 막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도 미뤄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자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선 문제가 조기에 정리되지 않을 경우, 총리직을 비워 두고 이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하게 하는 방안에 여권이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총리는 이달 16일 이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 총리는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출마 의지를 최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정국이 얼어붙은 탓에 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7, 8일)와 이후 국회 총리 인준 표결이 지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변수다. 내각을 이끌 총리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16일을 맞는다면 이 총리의 선택은 복잡해진다.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총리 공석으로 인한 국정 공백 논란이 일게 되고, 반대의 선택을 하면 지역구 선거 출마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정세균 후보자 인준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전략을 써도 이 총리가 16일 이전에 사퇴할 길을 열어 두겠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라며 “총리 공석 사태를 감당할 뜻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여권에서 ‘총리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맞지 않다. 정권은 물론이고 이 총리 본인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달라진 기류다. 이 총리 측에선 그간 “장관은 대행 체제로 가도 되지만, 총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 왔다.
이 여권 관계자는 “16일 이전 사퇴 시나리오에 대해선 이 총리 본인보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하자가 발견되는 등 여권 내부의 귀책으로 후임 인선이 지체된다면 이 총리가 사퇴를 결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 공석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총리 개인의 정치 행보와 여권의 총선 전략을 위해 국정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도 이 같은 상황에 최대한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지난 30일 국회 통과 이후 검찰개혁의 남은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처리를 연기한 것도 정세균 후보자 인준에 대한 한국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대신 이달 6일 이후로 처리 시점을 미루었다. 그 사이 한국당과 대화를 시도해 보겠다는 것이 민주당 복안이지만, 한국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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