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7시41분쯤 광주 남구 금당산(해발 304m) 정상. 저 멀리 동쪽으로 우뚝 솟은 무등산을 바라보고 있던 수백 명의 시민들은 붉은 여명이 검푸른 기운을 밀어 올리며 주변을 물들이자 누구랄 것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후, 마침내 붉은 해가 솟아오르자 탄성과 함께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저마다 경자년 첫 일출의 장관을 휴대폰에 담는 건, 어쩌면 간절한 소망을 담는 것과도 같았다. 권모(51)씨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2020년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며 “해가 뜨면 꼭 소원을 빌고 싶어 새벽부터 가족들과 산을 올랐다”고 말했다.
새해 첫 해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자 광주와 전남 일출 명소에는 해맞이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금당산과 어등산, 삼각산 등 광주 도심 근교의 일출 명소마다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전남지역에서는 일출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인해 여수 향일암, 해남 땅끝마을, 고흥 남열해수욕장 등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가 전날 늦은 오후부터 정체를 빚었다.
무등산국립공원의 일출 명소인 장불재에는 입산 통제가 풀린 새벽 4시부터 많은 해맞이객들이 산행에 나섰다.
전북지역 해맞이 명소에도 새해의 소망을 빌려는 해맞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한파와 흐린 날씨에도 해맞이객들은 짙은 구름 사이로 꿈틀대는 해를 보며 두손 모아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국립공원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과 모악산에도 수천명의 탐방객이 모여 새해 소망을 빌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임실군 국사봉과 부안군 계화면,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에서 열린 해맞이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해를 먼저 맞는 동네’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진 군산 선양동 해돋이 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시민과 관광객 500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흐린 날씨 탓에 기다렸던 해를 맞이하지 못해 시민들은 아쉬워했지만, 새 희망을 가슴에 품고 발길을 돌렸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