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경을 오간다면 문득 문득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 풍경에는 어쩌지 못하는 “습관적 예감”도 “이제 외로울 차례”도 들어 있어요. 그러나“구름”을, ‘참나무-말굽버섯-코알라-코끼리-범고래-부엉이’, 이런 일렬횡대로 세어 보고, “구름처럼 가만히 소란스러”워져서 “두부”를 사러 갈 수 있다면,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삶은 아닐 것 같아요. 어느 날 구름을 세며 “체념”을 선택했을 때도, 가벼워지고 환해졌는데, “구름은 지붕 위를 걸어가는 장미”여서 그랬나봐요. 조금 높이, 조금 멀리 보는 순간이 바로 ‘아름다움’이어서 그랬나봐요.
구름과 두부는 덧붙이지 않아도 이미 ‘닮음’인데요. 두부를 사러 가는 행복한 일은 생각 없이 발등을 밟게 되고 여긴 왜 왔니라는 자조적 의기소침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열매의 예감으로 가득한 5월의 과수원 방향에서 손을 잃고 깜깜한 자정이 되기도 해요. 어긋남이라면 어긋남이고 자연스러움이라면 자연스러움이지요. 두부처럼 구름처럼, 예감, 예정이라는 시간은 가능과 불가능을 반반씩 갖고 있으니까요.
예감은 미래를 감지하는 것. 모르는 곳을 알고 있는 말. 시야를 확장하는 것은, 구름의 예정이고, 그곳에 우리의 시선이 닿는 것은 아름다움의 예정. 두부를 쥔 손을 꼭 쥐게 되는 것은 구름의 예정. 녹색이 감색으로 감색이 잃어버린 구름으로 다시 밝음으로 귀환하는 것은 두부의 예정. 자신을 향한 방향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구름의 예감.
예정은 꼭 쥔 손이 무겁지는 않은 정도의 무게로 구성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예감의 말이 두려움 속 설렘으로 걸어올 수 있어요. 이 시는, 숫자만으로도 너무 멋진 2020 달력 표지로 놓아드리고 싶은 풍경이에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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