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이 6년여 만에 앵커 마이크를 내려놨다. JTBC 뉴스의 상징과도 같은 그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 지가 방송사에 과제로 남겨진 한편, 손 사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세간의 관심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손 사장은 2일 JTBC 메인뉴스 ‘뉴스룸’의 신년특집 대토론을 끝으로 6년4개월간 몸 담았던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토론회를 마친 손 사장은 “저의 뉴스 진행도 오늘로 마지막인데, 지난 6년4개월간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배웠다”며 “JTBC 기자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매번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발언으로 뉴스를 끝마쳤던 그간의 진행방식을 감안하면 다소 담백한 작별이었다. 3일부터는 30대인 서복현 기자가 손 사장의 뒤를 이어 뉴스룸 진행을 맡는다.
손 사장의 하차는 그가 사장으로서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영과 보도를 동시에 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 때문에 앵커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3년 JTBC로 자리를 옮긴 손 사장은 보도담당 사장을 지내다가 2018년 1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사장은 “오랜 레거시 미디어(기성언론)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 물러설 때가 됐다”며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JTBC=손석희’라는 공식이 성립할 만큼 뉴스에서 손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손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구태의연한 뉴스진행 방식에서 탈피한 종편(종합편성채널) 뉴스를 출범시키며 주목 받았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직접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뉴스를 진행하면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 보도 땐 종편 사상 최고치인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뉴스를 제치기도 했다.
신망받는 언론인이었지만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에 오른 것은 오점이다. 지난해 1월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는 손 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고, 손 사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는 해가 바뀐 지금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손 사장과 법적 다툼을 하고 있는 김씨는 “2017년 손 사장이 경기 과천에서 밤 늦게 접촉사고를 냈을 때 차량에 젊은 여성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주장도 펼쳤는데, 손 사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경영을 챙기겠다는 손 사장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거취를 둘러싼 궁금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앵커 하차 소식과 함께 방송업계에선 “손 사장이 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손 사장은 “음해용이고,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중적인 인지도 덕분에 총선 출마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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