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전격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속도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추 장관은 이르면 다음주 검찰 조직의 핵심인 검사장 인사를 단행, 신속하게 검찰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상대로 여러 차례 수사를 개시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쳐내는 인사가 진행될 경우, 검찰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르면 6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예정된 평검사 인사에 앞서 고검장 및 검사장, 차장ㆍ부장검사 인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둘러 추 장관을 임명한 것도 인사권 행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인사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직후인 지난해 7월 대규모 인사에 이은 반년 만의 물갈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검사 인사규정은 차장검사나 부장검사의 필수보직기간을 최소 1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검사장 승진 등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는 1년 이내에도 인사가 가능하다. 현재 대전ㆍ대구ㆍ광주고검장 등 고검장 3자리와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장 3자리가 공석인 만큼, 공석을 채우기 위한 후속 인사는 인사사권자 재량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찍어내기’ 인사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정권 대상 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는 등 인사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대검찰청에 입성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반부패ㆍ강력부장 및 서울중앙지검에서 차장검사로 승진한 신봉수 2차장과 송경호 3차장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 부장과 신 차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한 부장과 송 차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다.
장관 임명 직후 ‘검찰 과잉수사’를 저격한 추 장관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수여 받은 뒤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것이 명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사실상 과잉수사로 규정한 추 장관의 발언으로 미뤄 볼 때 수사관행 개선과 인적 쇄신을 명목으로 문책성 인사를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를 수사한 검사들을 포함한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경우, 검찰 안팎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련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인 지금 인사를 내는 것은 수사에 대한 간접적 방해나 가이드라인 제시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울산 선거개입 사건과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조 전 장관 사건은 재판이 이제 시작됐다”며 “수사ㆍ지휘ㆍ공소유지 인력이 이번 인사에 포함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인사로 기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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