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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훈련소인 줄” 한국맞춤형 합숙훈련 받는 스리랑카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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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훈련소인 줄” 한국맞춤형 합숙훈련 받는 스리랑카 청년들

입력
2020.01.05 10:00
수정
2020.01.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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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기 전 군대식 체력 단련ㆍ한국식 예절 교육 등

현지 노동청 “잘 준비된 청년들…사랑으로 보살펴달라”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에서 제작한 예비 해외파견근로자 한국교육훈련원 홍보 영상. 유튜브 캡처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에서 제작한 예비 해외파견근로자 한국교육훈련원 홍보 영상. 유튜브 캡처

“한국에 오려고 이렇게까지 힘든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한다니.”

한국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스리랑카 예비 해외파견근로자들이 받는 한국교육훈련이 온라인상에서 주목 받고 있다. 군대식의 엄격한 체력 단련과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리랑카 청년들이 한국에 취업하기 위한 훈련’ 등의 제목으로 한 유튜브에 남아있는 스리랑카 해외파견근로자 한국교육훈련 관련 영상을 요약한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영상을 좀 더 들여다보면 스리랑카가 한국 정부의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EPSㆍEmployment Permit System)’ 을 통해 자국 노동자들을 한국에 보내기 위해 어떤 훈련들을 하는지 엿볼 수 있다.

일단 한국교육훈련원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취업 허가를 보장하는 구직표를 받아야 한다.

훈련원에 들어가면 처음 3주 동안 합숙 훈련을 하는데, ‘체력 단련(Physical Training)’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한국 공장의 노동 강도를 감안해 강인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4시간씩 강도 높은 군대식 훈련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강한 신체를 가져야 건전한 사고를 가질 수 있다”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기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답하기 △솔선수범하는 자세 등을 익힌다.

‘언어 훈련(Language Training)’에서는 의무적으로 한국어로 읽고 쓰도록 하고 있는데, 특히 공장 용어와 필요한 인사말을 숙지하게끔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들은 “예절 바르고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야말로 한국에서 원하는 근로자일 것”이라며 △식사예절 △허리 굽혀 인사하기 등 한국식 예절 교육까지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외 세부 교육으로는 △산업안전 △금융관리 △보건위생 △출입국관리법 △각종 보험 관계 △동기 부여 △컴퓨터 기본 교육 △기본 영어 회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한국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교육훈련심사에서 15개 국가 중 스리랑카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에서 제작한 예비 해외파견근로자 한국교육훈련원 홍보 영상. 유튜브 캡처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에서 제작한 예비 해외파견근로자 한국교육훈련원 홍보 영상. 유튜브 캡처

영상 내레이션을 담당한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장은 한국어 더빙을 통해 합숙훈련의 목적을 “국가를 사랑하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세계적 수준의 생산성을 가진 청년을 육성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영상 말미에 “이렇듯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훈련된 스리랑카 청년들을 이제 한국에 파견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사장님들이 스리랑카 청년들을 많이 고용하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상에는 청년들의 시선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운 스리랑카 청년들로서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범적 근로자가 될 것이고 스리랑카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공적인 한국 생활을 영위하겠다”며 “이제 한국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저희들을 지켜봐 달라,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이 영상은 스리랑카 해외고용청에서 제작한 한국교육훈련원 홍보 영상으로 파악된다. 다만 2010년 만들어진 영상으로,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10년 전 영상이지만 현재도 스리랑카에서는 비슷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스리랑카 해외고용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현재 이 영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한국 파견 노동자들을 선발하기 위해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거친 뒤 고용 허가를 받은 이들을 상대로 출국 전 합숙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 나와 있다.

한국 EPS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에 대해 △제조업 △건설업 △농업ㆍ축산 △어업 △간호ㆍ가사 등 서비스업 크게 5개 분야에서 고용을 허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고용허가제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 근로자는 3,400여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업 공장이나 농어촌의 농장, 어장 등 흔히 ‘3D’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임금 체불 등 불리한 노동 조건 아래 쉽지 않은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전문취업비자(E-9)를 통해 한국을 오려는 이들과 16개 해당 국가의 경쟁은 치열하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고, 한국만큼 돈을 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스리랑카의 한국교육훈련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감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합법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공부도 체력도 열심히 준비해서 오는구나”, “저렇게 힘들게 준비해서 오는데 한국에 와서는 차별 당하고 악덕업주를 만나면 사람 이하 취급을 당한다”, “가짜난민과 불법체류자들이 열심히 사는 합법 외국인들의 이미지를 안 좋게 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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