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중국 샤오미의 모든 전자제품을 자사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구글 네스트 허브’에서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해킹 등으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문제는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인으로 알려진 한 이용자가 ‘샤오미 기기에 버그가 있는 것 같다’며 커뮤니티에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구글 네스트 허브 단말기를 통해 자신의 집 안에 설치된 샤오미 카메라에 접속했는데,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집 부엌을 비추고 있는 화면이 보였다는 것이다. 해당 이용자는 “여러 번 재접속을 해봤지만 매번 다른 집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이 보였다”며 누군가의 거실 내부, 자고 있는 아기, 부엌에 앉아 있는 사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찍은 사진 등이 자신의 구글 네스트 허브에 보이는 여러 장의 사진을 함께 업로드했다. 그는 “카메라와 네스트 허브 모드 신제품이며, 최신 펌웨어로 업그레이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문제를 인지한 즉시 샤오미 제품들을 구글 네스트 허브에 연결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해 알고 있고, 샤오미 측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그 동안은 우리 기기와 샤오미 제품간 연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미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아직 다른 유사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생활 보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IoT 기기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된 만큼 소비자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IoT 장비 대수는 올해 400억개에서 2030년 1,400억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 때쯤 국내 IoT 해킹 피해액만 2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보급형 저가 스마트 기기들은 보안이 허술해 해커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거리와 집 안을 가리지 않고 설치된 국내 IP카메라 수 천대를 해킹해 이를 생중계하는 중국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보안 전문가들의 조언은 ‘구매 즉시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라’는 수준에 그친다. IoT 기기는 사실상 회수나 관리가 어려워 제조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고려한 제품이 아니라면 해킹을 근본적으로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과 같이 기기 자체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사생활 침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제품 자체의 문제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웬만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인증을 받은 국산 제품을 쓰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구글이 자사 IoT 플랫폼 및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구글 홈’과 ‘구글 어시스턴트’에 연결을 금지한 제품은 문제가 발생한 24.64유로(약 3만2,000원)짜리 웹캠을 비롯한 샤오미의 모든 ‘미 홈’ 제품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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