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는 4ㆍ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구 동을이나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에서 출마하겠다고 3일 밝혔다. 황교안 대표가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중진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직후, 이에 반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구 동을은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대구 출마는 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황 대표와 유 의원을 동시에 겨눈 카드인 셈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와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2022년 대선을 기준으로 도움이 되는 지역을 간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최근에 와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대구 동을 지역”이라고 밝혔다. 대구 동을은 유승민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다. 홍 전 대표는 특히 “(보수) 통합이 안 되면 어차피 유승민 의원이 다음 대선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TK(대구ㆍ경북) 분열 방지를 위해서 유승민 의원을 이번에 좀 주저앉혀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우선 들었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홍 전 대표의 고향이면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전 의원의 텃밭인 곳이다. 황 대표는 최근 조 전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며 유 의원 측에 보수 통합과 관련한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황 대표와 유 의원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전 대표가 “PK(부산ㆍ경남) 지역은 840만명이 사는 대선의 전략적 요충지인데 그 지역에서 중진의원이 될 인물이 없다”며 “제가 수도권에 나가서 한 석을 더 보탠들 당에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도 “차라리 중진의원들에게 정계 은퇴를 권유하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홍 전 대표는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리더십을 보일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우리를 밟고 가라’고 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던 식으로 정당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