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올해 4ㆍ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지만, 당 내부 반응은 냉랭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투쟁 국면에서 무기력한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인적쇄신을 위한 돌파구로 ‘수도권 험지 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오히려 이를 고리로 한 내부 공격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사실이 알려진 직후 당 내부에서는 이에 반발하며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왔다. 3선의 김용태 의원은 5일 통화에서 “리더십 비판의 본질은 황 대표가 나서서 보수대통합과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달라는 것인데, 그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고 가장 마지막까지 아껴둬야 할 카드를 꺼냈다”고 우려했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인 그의 출마 여부와 지역 선택은 보수통합 등 다른 상황을 두루 살펴 결정해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는 취지다.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황교안 저격수가 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입당 1년도 되지 않은 사람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 재선 의원은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이) 당장 여론의 관심을 돌릴 수는 있겠지만, 계속 실질적 성과가 없다면 당대표 무게감만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런 내부 반응에 황 대표 측은 겉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황 대표 측 한 의원은 이날 “황 대표는 기존 여의도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정치인과는 스타일이 다르다”며 “’보수대통합’ ‘험지 출마’ 등 발언은 정치적 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총선을 100일 앞두고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도 결국 대표에게 있는 만큼 황 대표가 또 다른 카드로 승부수를 던질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위기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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