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황인태(41) 심판이 아시아 최초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한다. 오는 13일부터 NBA의 초청으로 미국 현지에서 ‘NBA 심판 양성 프로그램(NBA Referee Development Program)’에 입문하는 황인태 심판은 해당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NBA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황 심판은 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NBA는 TV에서나 보고, 꿈에 그리던 무대”라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4년 대한농구협회에서 심판으로 첫발을 뗀 황 심판은 2008년부터 한국농구연맹(KBL)에 몸 담은 이후 총 465경기에서 휘슬을 불었다. 또 국제농구연맹(FIBA) 국제심판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농구 결승전, 2019년 농구월드컵 본선, NBA 서머리그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활동했다.
황 심판의 활약상을 유심히 지켜본 미셸 존슨 NBA 심판위원장은 황 심판에게 직접 이메일로 초청장을 보냈다. 심판 양성 프로그램 참가와 함께 연봉도 제시했다. 아시아 출신 심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황 심판은 “연봉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교육생 신분이라 KBL에서 받는 것보다 적게 받는다”며 “3년간 2~3번 심판 시험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를 통과하면 연봉도 올라가고 하부리그(G리그)에서 도전 과정을 거쳐 NBA로 진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수 출신이 아닌 황 심판은 이미 한 가지 꿈을 이뤘다. 어린 시절부터 농구가 좋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부 테스트를 받았지만 탈락했다. 이후 길거리 농구, 동아리 농구로 연을 이어간 그는 직업으로 심판을 택하면서 코트를 지켰다. 황 심판은 “처음 심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올림픽 한 경기를 맡아보는 게 꿈이었는데, 실제 결승전까지 봤다”며 “꿈꿔 왔던 걸 이룬 다음부터는 ‘보너스’라 생각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NBA에 도전하게 됐다”고 돌이켜 봤다.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심판은 ‘욕을 먹는 자리’다.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본전이고, 오심이 1개라도 나오면 비난을 받아야 한다. 황 심판은 “100점으로 시작해서 점수를 깎아먹고 나오는 게 심판”이라면서도 “농구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한국을 대표해 미국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선 “심판이 주인공도 아닌데, 스포트라이트 받는 게 부담스럽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황 심판의 곁을 지킨 홍기환 KBL 심판부장은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황 심판은 강직하다. 농구 팬들에게 황 심판의 이름이 잘 언급되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강직하기 때문”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황 심판은 “모든 게 새롭기 때문에 솔직히 두렵고 부담스럽지만 즐기고 많이 배워 와서 한국 농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