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쟤(의붓아들)를 죽여버릴까!”,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려 줄테다.”
고유정(36)이 숨진 의붓아들의 아버지인 현 남편에게 향해 쏟아낸 발언들이다. 6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진행된 전 남편과 의붓아들 살인 사건 10차 공판에서 검찰은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관련 새로운 정황 증거들을 추가로 제시했다. 다만 검찰은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는 내놓지 못하면서 고씨 변호인 측과 공방을 벌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고씨가 A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2019년 2월 22일 오후 1시52분쯤 현 남편과 싸우다가 “음, 음… 내가 쟤(의붓아들)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통화녹음 내역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고씨가 해당 통화를 하기 1시간 전 인터넷에서 2015년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죽인 살인 사건을 검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부검을 통해 밝혀진 모친의 사인은 비구폐쇄성 질식사다. 해부학적으로 '살인'을 확정할 수 없는 사건으로, 범인의 자백으로 밝혀졌다”며 “당시 부검서에는 베개로 노인과 어린이의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때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또 현 남편과 자주 다투는 과정에서 ‘유산 전날 지 새끼 문제로 악 지르고 바로 하혈. 다음날 유산. 살인자, 살인자, 살인자’, ‘죽어서라도 마주치지 말자’, ‘난 너한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날 것이다’ 등 범행 동기를 암시하는 문자 또는 SNS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또 의붓아들이 숨진 당일 저녁 8시쯤 청주공항에서 고씨가 현 남편이 제주로 떠나자마자 전화를 걸어 피가 묻어 있는 매트리스 수거를 문의한 점과 숨진 의붓아들을 발견한 이날 오전 10시까지 아침식사를 준비를 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현장 사진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는 점,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고씨가 소리 내어 울고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는 보고 내용 등 고씨의 행동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의붓아들 살인사건과 관련해 “고씨가 두 번의 유산 과정에서 현 남편이 의붓아들만을 아끼는 태도에 분노감을 느껴 복수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사건 당일을 전후해 고씨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고씨는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의붓아들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이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ㆍ사체손괴ㆍ은닉)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뒤 2월 초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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