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의 탄생, 대치동 리포트] <3>만들어지는 의사들
대입전략서 스펙 관리까지… “입시 바뀌어도 컨설팅 유효”
“평범한 학생을 갑자기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로 만들 수는 없죠. 대신 우리가 스토리를 만들어줄 순 있죠. ‘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그런 스토리요.”
서울 강남의 한 해외대 입시전문 P학원 원장 A씨는 최근 미국 유명대학 입시 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입시컨설팅을 맡기는 학생들에 대해 “성적은 낮아도 대학은 잘 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이나 수상 실적보다 다양한 대외 활동 경험을 중시하는 미 대학들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선 “함께 나누는 봉사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미국 대학들은 지역사회에서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 학생들을 눈여겨 보죠. 이런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대치동을 포함해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소위 ‘교육 특구’에는 흔히 진학지도 학원으로 불리는 입시컨설팅 업체들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대학뿐 아니라 P학원처럼 해외 대학교들을 겨냥하는 컨설팅업체도 다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입시컨설팅 학원은 전국에 258개(2019년 11월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개인(업체)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보고 있다.
업체들은 단순히 교과목을 가르치거나 성적에 맞는 대입전략을 짜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아예 학생의 진로까지 정해 그에 맞는 ‘스펙 관리’에 나선다는 것이다. 목동의 한 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처음 상담할 때부터 학생의 성적은 물론 성격, 관심사, 희망 전공 등 다양한 정보를 물어보고 같이 진로를 구체적으로 결정한다”라며 “정해진 진로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할지 조언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가령 정형외과 전문의란 진로를 정한 학생에겐 친구들의 자세 교정을 위한 장비를 발명하게끔 하고, 정보통신기술(IT) 기업가란 진로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란 스펙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초보적인 아이디어 수준일지라도 진로에 대한 전공 적합성을 평가하는 대학들로선 이런 내용이 적힌 자기소개서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비용은 회당 수십만 원에 이른다. 외국대 진학을 희망할 경우엔 한 대학당 2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받는 업체도 있다. 교육부는 월 100만원 이상 고액 교습비를 받는 입시컨설팅 학원이 강남과 목동 지역에 대부분(38곳)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조사 결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교습비 기준점으로 정한 입시컨설팅 금액도 시간당 3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생부 비교과 영역을 대부분 폐지하기로 하는 등 대입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사교육 업계에선 입시컨설팅 업체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치동의 R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컨설팅이란 분야 자체가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특별한 제약도 없다”라며 “입시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뀌든 바뀌는 내용에 따라 지도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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