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미 공군이 유타주 힐 공군기지에서 ‘코끼리 걸음(Elephant Walk)’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명칭은 귀엽고 친근하나 내용은 살벌하다.
코끼리 걸음 훈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00여대로 구성된 폭격기 편대가 이륙 직후 효율적으로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된 발진 방식이다. 전투기가 한 대씩 천천히 이륙할 경우 후발 전투기는 편대를 따라잡기 위해 급가속을 해야 하므로 연료 소모가 많고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전투기 여러 대가 줄지어 발진하는 방법으로 이륙 간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코끼리 걸음’이라는 명칭은 여러 대의 대형 폭격기가 꼬리를 물고 활주로를 이동하는 모습이 앞 선 코끼리의 꼬리를 코로 붙잡고 걷는 여러 마리의 코끼리와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현대전에서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편대 발진을 위한 대형 또는 그와 같은 기동훈련을 의미하는데, 유사시 엄청난 화력을 지닌 전략 전술기 수십 대 또는 수백 대가 한꺼번에 이륙해 목표물을 향해 발진하는 살벌한 전술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코끼리 걸음 훈련은 무력시위용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2012년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앞두고 한미연합사는 KF-16과 F16 전투기 60여대를 동원한 코끼리 걸음 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유타주에서 실시된 이번 훈련 역시 이란과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군의 연례 훈련이기도 한 코끼리 걸음 훈련은 지난해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뷰포트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실시됐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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