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한 해 70톤 넘게 유통됐지만…지난해 12마리로 ‘뚝’
평균 몸길이 2m, 평균 몸무게 1,000㎏의 거대 물고기 개복치가 자취를 감췄다.
개복치는 동해안 최대 수산시장인 경북 포항 죽도시장의 명물이다. 집채만 한 덩치로 바닥에 누워 있는 개복치를 마주하면 누구나 당황한다. 하지만 최근 물량이 크게 줄어 구경조차 어렵게 됐다.
8일 죽도시장에서 가장 많은 양의 개복치를 취급하는 ㈜태영수산 판매장 2곳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개복치를 올려 놓고 파는 널빤지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해 파는 냉장고 안은 오랜 시간 비워둔 듯했다.
태영수산 대표 이영태(65)씨는 “개복치는 매년 5월에서 11월 사이 잡히는데 재작년 가을부터 양이 손꼽을 정도”라며 “냉동창고에 몇 마리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내놓고 팔 수 없다”고 말했다.
개복치는 국내서도 남해와 제주도 수역, 전 세계적으로 지중해 해역에 서식하는 온대성 어류다. 하지만 어느 바다에서 잡혀도 포항 죽도시장으로 들어온다. 포항사람들이 전국 수산시장 중 값을 제일 잘 쳐주는 덕분이다.
개복치는 포항에선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껍데기 살을 삶아 묵처럼 만들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죽도시장으로 들어온 개복치는 유일하게 해체 기술을 보유한 태영수산을 거쳐 유통된다. 이영태ㆍ박정자(64) 사장 부부가 가업을 이어 받아 30년 넘게 취급했다. 죽도시장에 개복치를 판매하는 곳은 11군데지만, 온전한 형태의 생물은 태영수산을 통해 판매된다. 태영수산을 거치지 않은 개복치는 일부만 잘라 냉동 상태로 수입된 물량이다.
개복치가 잡히지 않자 이영태ㆍ박정자 사장도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말 중국 칭다오 수산 박람회에서 130톤을 주문 받았지만 공급을 계속 미루고 있다.
박정자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을 때는 한 해 70톤 이상 취급했고 부산, 경남 통영에서 잡힌 개복치가 하루 50마리 넘게 우리가게로 들어왔다”며 “연간 물량이 하루치도 안 될 정도로 저조해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포항수협과 포항 구룡포수협에 위판된 개복치는 12마리, 전체 양도 1,070㎏에 불과했다.
개복치는 한 번에 2억~3억개를 산란, 알을 가장 많이 낳는 물고기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어종을 잡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잡혀 생물학적 연구는 물론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한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상기온으로 바다 수온이 올라 서식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거나 개복치의 주요 먹이인 오징어가 줄면서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 관계자는 “개복치는 몸집이 너무 크고 국내서도 포항지역 경조사 음식으로나 소비될 정도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어종이 아니다”며 “아직까지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어획량 변화도 많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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