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대통령에 협치 내각 건의”… 도덕성 의혹 적극 해명
삼권분립 비판엔 ‘전직 국회의장’ 강조하며 “현직 국회의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1대 총선이 끝난 뒤 모든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 구성을 문재인 대통령께 적극 건의 드릴 생각”이라며 ‘협치’를 화두로 던졌다. 야당 인사도 장관으로 입각시켜 야당과의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출신으로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 휩싸인 정 후보자가 책임 총리나 실세 총리가 아닌 ‘협치 총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국회의 총리 인준 표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총리는 청문회 이후 국회 동의(재석 의원 과반수 이상)를 받아야 임명된다.
‘미스터 스마일’의 협치 내각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치가 대결과 적대의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협치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안정과 발전의 밑거름이 된 ‘목요클럽’과 같은 대화 모델을 살려 각 정당과 각계각층의 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좌우 갈등이 극심했던 1946년 취임한 타게 에를란데르 전 총리를 벤치마킹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23년에 달하는 재임 기간 내내 매주 목요일마다 재계, 노조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소통했다.
정 후보자가 ‘협치’를 강조한 것은 ‘화합형 정치인’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의회 내 소통 경험을 발휘해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청문회에서 ‘입법부 수장 출신의 행정부 2인자 행’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질타가 쏟아지자, 정 후보자는 “삼권분립은 기능과 역할의 분리일 뿐 인적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 파괴이지만, 저는 전직 의장으로 국회의원 신분”이라고도 했다.
정 후보자는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그 1년이 개헌의 적기”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 권력 구조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며 “수평적ㆍ수직적 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게 오래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도덕성 의혹 제기에 “이런 모욕 처음” 반박
정 후보자는 각종 도덕성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2004년 경희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정 후보자는 “논문은 2004년에 통과됐는데, 연구 윤리 기준이 강화된 것은 2007년”이라며 “제가 학자가 아닌데 학자 논문과 비교할 수 있느냐”고 했다. 또 “정치인으로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의 2014~2016년도 수입이 지출보다 많았던 점을 두고 소득세 탈루, 부당 재산 증식 의혹도 일었다. 정 후보자는 “2014년과 2015년 자녀 2명의 결혼식 축의금이 각각 1억5,000만원씩 들어왔고, 제가 개인연금이 있고 부인이 보훈연금을 매년 2,000만원 정도 받는다”며 “소득신고 대상이 아닌 연금 등도 있어 충분히 소명된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가 19년 전 친형에게 빌린 수억 원을 총리 후보자 지명 직전인 지난달 초 변제한 것이 위장 증여 의혹을 부른 것에 대해선 “여유가 없어서 갚지 못하다가 부인이 상속 받은 오피스텔을 처분하면서 빚을 갚았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재단법인 ‘국민시대’에 2018년 5,000만원을 후원한 것과 관련해 “기부금 출처는 제 개인통장”이라며 ‘국회의원 정치 자금 셀프 후원’ 의혹을 일축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 후보자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신장용 전 의원이 경기 화성도시공사로부터 특혜성 택지공급을 받아 정 후보자 개입이 의심된다”고 주장하자 정 후보자는 “24년 정치하며 처음 듣는 인격 모독”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