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문구는 빠지고…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만 밝혀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 발표 직전까지 두 가지 버전의 신년사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북핵 관련 언급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었다. 최종 선택은 후자.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단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밝히면서 북핵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수준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을 뿐이다.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던 2년 전 신년사와도 대조됐다.
신년사 준비 초기 단계서부터 ‘완전한 비핵화’ 등 문구를 생략하기로 했던 건 아니었던 듯하다. 문 대통령은 발표 직전까지 핵 관련 언급이 있는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을 두고 고민했고, 발표 시점에 임박해 관련 문구가 빠진 것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자극해 좋을 게 없다고 본 듯하다.
정상회담 등 공식석상에서 이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수 차례 밝혔으므로, 신년사를 통해 굳이 부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이루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대북 제안 수위를 두고도 막판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 구체적인 제의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앞서 북한과 내용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전달을 통해 북측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문도 북한과 공유한 바 있다. 신년사 내용은 미국과도 사전 공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와 ‘경제’라는 단어를 각 17차례나 언급했다. 올해 국정은 ‘경제’와 ‘평화’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확실한 변화’를 6차례나 강조하며 집권 4년차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를 신년사 발표 현장에 배석한 국무위원에게도 각인시켰다. 또 ‘부동산 투기’ 관련 언급이 한 줄만 들어간 것은 이미 정책이 발표된 상황이라 굳이 추가 내용을 덧붙일 이유가 없었고, 의지만 전달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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