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KGC인삼공사 간판 양희종과 비산중 정환조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양희종(36ㆍ194㎝ㆍKGC인삼공사)은 안양 KGC인삼공사의 간판이다. 2007~08시즌 입단 후 12시즌째 안양에서만 뛰면서 8일 현재 통산 498경기 출전해 3,342득점, 2,050리바운드, 1,096어시스트, 557스틸, 287블록슛을 기록, 레전드의 반열로 향해가고 있다. 궂은 일을 ‘본업’으로 하면서도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번 시즌엔 역대 40번째 3점슛 500개도 돌파했다. 양희종은 지난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홈 경기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2경기 남겨 놓은 500경기 출전이 매년 잔 부상도 있었고, 팀 프랜차이즈 최초이기도 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양희종을 바라보며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유망주는 경기 안양시 비산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정환조군이다. 이날 이뤄진 ‘우상’과 만남에서 정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양희종 선수의 위닝샷을 보고 반해 농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12시즌 KGC인삼공사가 원주 동부(현 DB)를 4승 2패로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다. 정군은 그 길로 부모님을 졸라 KGC인삼공사의 유소년 농구단에 가입해 벌써 8년째 뛰고 있다.
양희종의 트레이드마크는 자타공인 KBL리그 ‘원톱’의 수비 실력이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매년 수비 5걸에 뽑아주시다 보니 주위에서 그런 인식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군이 “공격 욕심은 없나요”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양희종은 “처음부터 세게 들어오네”라고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답을 했다. 그는 “농구는 개인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호흡이 맞아야 팀 성적이 난다. 5명 모두 수비나 공격만 하면 그 팀은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최상의 조합이 가장 중요하고 시너지효과를 위해서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오세근, 변준형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지고도 오히려 팀이 잘 나가고 있는 상황을 말하며 정군에게 부연 입증을 했다.
“그럼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누구였어요”라는 정군에 질문에 양희종은 “몇 년 전 DB에 디온테 버튼이란 선수가 있었는데 신체조건이 워낙 뛰어나 힘이 세고 순발력까지 좋아 막기 힘들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NBA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막는다기보다 한 수 배우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게 편하다”고 덧붙였다.
170㎝의 정군은 가드로 뛰고 있다. 자신 있는 건 슛보다는 패스라고 한다. 양희종은 “가장 중요한 건 잘 먹고 잘 자는 거다. 환조는 포지션이 1번(포인트가드), 2번(슈팅카드)이라고 하니까 더 튼튼해야 한다. 중2면 키도 앞으로 훨씬 더 클 거다. 나도 지금 키가 고3 때 키다”라고 덕담했다. 그는 이어 “훈련의 반복 속에 자라서 사춘기가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들게 보냈지만 꿈이었던 태극마크도 달고 아시안게임 우승(2014년)까지 해 가문의 영광이다”라면서 “환조도 농구하기 싫어질 때가 분명히 있을 텐데 작은 성과라도 거두며 농구로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훈련 시간이 임박해 자리를 뜨는 양희종을 향해 정군은 “오늘 꼭 이겨서 1위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양희종은 이날 득점은 없었지만 9분을 뛰며 팀의 시즌 첫 단독 1위 등극에 힘을 보태 정군과의 약속을 지켰다.
안양=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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