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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에 ‘키사스 보복’… 트럼프 “추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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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에 ‘키사스 보복’… 트럼프 “추가 제재”

입력
2020.01.08 17:48
수정
2020.01.09 06: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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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군기지 2곳 미사일 공격]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 살해된 시간에 맞춰 15발 발사

트럼프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대응방향 밝힌 대국민성명 주목

미군 제82 공수사단 제1여단 전투팀 소속 장병들이 5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브래그에서 미군 중부사령부 관할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르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일대를 담당한다. 포트브래그=로이터 연합뉴스
미군 제82 공수사단 제1여단 전투팀 소속 장병들이 5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브래그에서 미군 중부사령부 관할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르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일대를 담당한다. 포트브래그=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마침내 미국에 보복을 개시했다. 이란 최정예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하면서 양측 간 무력충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쿠란(이슬람경전)의 형벌 원칙 키사스에 따라 군사적 맞대응을 통한 항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응을 봐가며 미 본토와 최우방 이스라엘 등에 대한 추가 공격도 예고했다. 미국은 아직 신중한 반응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균형적 방식’을 통한 압도적 응징을 예고한 만큼 국지전 이상의 화력 대결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IRGC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를 계기로 시작된 전운이 전면전, 나아가 ‘중동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한층 커진 셈이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 공격한 8일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이란이 아인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왼쪽 사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미군 부대에 미사일이 떨어진 뒤 발생한 섬광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안바르=AFP 연합뉴스ㆍNYT 영상 캡처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 공격한 8일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이란이 아인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왼쪽 사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미군 부대에 미사일이 떨어진 뒤 발생한 섬광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안바르=AFP 연합뉴스ㆍNYT 영상 캡처

IRGC는 이날 “오전 1시20분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에 따라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군사기지에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공격 개시 시점을 앞서 3일 솔레이마니 사망 시각에 맞춰 진행해 미국에 대한 ‘비례적’ 보복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외신은 “첫 공격 1시간 30분 뒤 미군 기지를 상대로 2차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보도하는 등 이란의 확전 결심은 명확해졌다.

미군의 피해 상황은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상자 및 피해 규모에 대한 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So far, so good)!”고만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 측도 “이란이 미사일 15기를 발사해 10기가 알아사드 공군기지, 1기는 북부 아르빌 기지에 떨어졌다”며 “나머지 4기는 목표물 적중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 국영TV는 “미국인 테러리스트 최소 80명이 숨졌고 격추된 미사일도 없다”면서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미사일 타격 미군기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사일 타격 미군기지.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제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IRGC는 “이번 보복은 끝이 아니다. 미국이 또다시 대응 공격을 하면 미 본토를 겨냥하고 동맹국들도 (이란의 추가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무력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스라엘 하이파ㆍ텔아비브 등을 목표로 한 이란의 공세는 물론, 중동지역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중동연구소의 수석 분석가인 알렉스 바타카는 “미국의 재반격은 중동사태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개전 여부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한 뒤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그간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반격하겠다”는 엄포와 달리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올해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면전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대응 방향은 조만간 발표될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을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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