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토종 업체간 세(勢) 결집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나섰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국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공통 생태계 조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단 진단에서다.
박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은 ‘누구’로 AI 서비스를 꽤 오래 지속해 왔고 삼성전자도 AI가 필수”라며 “각자의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은 각 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가되, AI 기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능력에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른바 ‘초협력’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8K 콘텐츠 및 자율주행 등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박 사장은 한창 성장 중인 AI 시장을 예로 들었다. 토종 업체들이 지금처럼 각개전투로 나설 경우엔 구글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종속적인 AI 플랫폼 이용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판단이다. 박 사장은 “이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은 뒤에서 AI를 위한 협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강자들도 손을 잡는데 한국 기업들끼리 따로 한다고 되겠나”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향후 AI 품질 향상에 필요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특허 및 지식재산권(IP) 등의 공동 활용 방안에 대해 국내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지상파 3사와 출시한 통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웨이브’를 초협력의 예시로 들었다. 지난해 11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박 사장은 “넷플릭스가 영국에 상륙한 지 1년 만에 현지 영상 서비스가 초토화됐다”며 “하지만 SK텔레콤이 웨이브를 갖고 있으니 협력을 요청하는 태도를 취하더라”고 전했다.
이동통신이 주요 사업인 SK텔레콤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AI, 모빌리티 등 신기술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이동통신 사업부문과 신성장 사업분야로 경영 시스템을 이원화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발표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신성장 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이번 CES에서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 아마존 등과 협력 강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을 통신사업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게 박 사장의 목표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은 이제 시장에서 통신회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 받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정통적 ICT가 아닌 AI, 모빌리티 등 ‘뉴(New) ICT’ 사업 비중이 이미 4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중이 50%도 넘어선다면 기업 정체성에 걸맞게 사명 변경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맹하경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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