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소재한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12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솔레이마니아 제거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일대 사건임이 분명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국내외 언론매체들로선 미사일 발사 및 피격 장면을 한 시라도 빨리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으나 현장 상황을 기록한 외신의 사진이나 영상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란 국영방송과 같은 현지 언론의 보도 영상을 인용하거나 이를 사진으로 캡처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들 현지 방송 영상의 대부분이 과거에 제작된 자료 영상이었다. 사실과 관계 없는 영상과 사진이 실제 이란 미사일 공격 장면으로 둔갑하고 만 것이다.
연합뉴스는 8일 오전 화염이 치솟는 사진 한 장(위)을 발행하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언론에 공개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미사일 공격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와 전제 계약을 맺은 여러 매체들은 즉각 해당 사진을 받아 온라인 등에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오보로 밝혀졌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 상황을 촬영한 것으로 이번 미사일 공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연합뉴스는 “이번에 공격을 받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 사진이 아니며 이란혁명수비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사진”이라고 정정했다. 오보의 일차적 책임이 사실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은 통신사에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속보 경쟁에 매달려 자체 검증을 포기한 매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현장 접근이 차단돼 있고 이란과 미국 당국의 공식적인 확인 또한 쉽지 않다 보니 글로벌 매체들조차 현지 방송의 자료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실수를 범했다. CNN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Breaking News’를 통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 소식을 전하면서 현지 TV 화면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이 영상은 지난 2018년 10월 이란이 시리아를 공격할 당시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한 영상 중 하나로 드러났다.
이 영상에 포함된 여러 개의 클립이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됐고, 이를 사진으로 캡처한 통신사와 여러 매체들이 자료 화면임을 명시하지 않은 채 “OOO 매체가 보도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전달해 혼란이 일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란의 공격 상황을 전하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과 영상을 보며 실제 상황으로 믿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통신에서 발행한 해당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실제 상황인 것처럼 보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도사진, 뉴스 영상은 현장성과 사실성이 생명이다. 타 언론 매체의 사진이나 영상을 인용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실 확인은 필수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왜곡할 경우 오보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혼란을 겪은 독자들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접을 수 있다. 이란 미사일 공격을 둘러싼 대규모 오보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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