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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정치의 주체…교사와 학생, 정치토론 자유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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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정치의 주체…교사와 학생, 정치토론 자유로워야”

입력
2020.0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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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선거교육 제대로 하려면 ‘큰 그림’ 합의 먼저

김성천(오른쪽부터)한국교원대 교수, 서지연 윤상준 교사. 세 사람은 "제대로 된 선거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안 정치 발언에 관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김성천(오른쪽부터)한국교원대 교수, 서지연 윤상준 교사. 세 사람은 "제대로 된 선거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안 정치 발언에 관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14만명. 오는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가진 고등학생 숫자다. 당장 석 달 후면 이들 ‘교복 입은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민주주의의 꽃’ 선거에서 행사될 터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정치ㆍ사회적 찬반 논란 끝에 도입된 ‘18세 선거권’은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을 위한 선거교육의 방향을 놓고 일고 있는 혼란 때문이다. 선거교육은 비단 올해 투표하는 지금의 18세뿐 아니라 미래의 18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

본보는 이달 초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 서지연 경기 정평중 교사, 윤상준 경기 양명고 교사와 함께 고교생 투표가 갖는 의미와 선거교육의 방향 등을 짚어봤다.

한국 공교육 체계에서의 학생자치, 정치교육에 관해 꾸준히 연구하고 최근 저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말하다!’(맘에 드림)의 공저자인 이들은 이번 선거법 개정의 의미를 “학생이 한국정치의 주체가 된 사건”이라고 명쾌하게 평가했다. 김성천 교수는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소년을 보는 관점부터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ㆍ1운동 4ㆍ19혁명 등 우리 근현사의 굵직한 항거 중심엔 언제나 학생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배제됐다는 김 교수는 “어른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이 추진됐는데 (선거법 개정으로)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장이 열렸다”며 “청소년 입장에서도 정치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고민해볼 계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서지연 교사는 “지식 전달 위주의 정치 교육이 장기적으로 토론과 경험 중심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학교 안 선거교육’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교육현장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사의 정치중립 의무’ 때문이다. 현재 교사는 공무원 복무규정, 교육기본법에 따라 개인적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수 없다. 하지만 선거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어떤 식으로든 선거와 관련한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사의 교육내용과 정치중립 의무를 부여한 법이 충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교육당국과 선거관리윈원회가 교사의 선거교육 도중 어떤 발언을 ‘정치적 표현’으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교육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 사람은 제대로 된 선거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 중립 의무 해석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사회 현안 궁금할 때 유튜브를 보는데, 유튜브는 알고리즘 때문에 한번 ‘일베(극우 성향 사이트)’나 가짜뉴스 보기 시작하면 계속 그런 종류의 정보를 준다”며 “교육 현장에서는 ‘교실 안 여성혐오’가 초등 5학년까지 내려갔다고 보는데, 정치 중립 의무 때문에 교사들이 사회현안에 대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거교육을 계기로 교사가 정치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을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론 정치교육에 관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윤 교사는 “독일은 1976년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강제성 금지, 논쟁성 유지, 정치성 행위 능력 강화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학교 정치 수업에서 교사, 학생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도록 했다”며 “우리도 이런 식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생각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상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 교사는 “생활기록부에 ‘아이가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쓴 교사에게 학부모가 ‘비판적’이라는 단어를 지워달라는 전화가 왔다”며 “민주시민교육에서 키우는 인재상이 비판적 인재인데, 민주주의에 관한 용어부터 서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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