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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에도, 우린 종교에 대해 그림 그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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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에도, 우린 종교에 대해 그림 그릴 권리가 있다

입력
2020.01.09 14:08
수정
2020.01.09 21: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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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닝 포 피스’ 회원인 캐나다 만화가 베이도의 작품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슬람 풍자 만화를 실었던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한 테러 사건 직후인 2015년 1월 발표됐다. ‘우리는 꿈꿀 수 있다’라는 제목의 이 만평은 천주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서로 다른 종교가 한 목소리로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내걸며 테러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책세상 제공
‘카투닝 포 피스’ 회원인 캐나다 만화가 베이도의 작품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슬람 풍자 만화를 실었던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한 테러 사건 직후인 2015년 1월 발표됐다. ‘우리는 꿈꿀 수 있다’라는 제목의 이 만평은 천주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서로 다른 종교가 한 목소리로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내걸며 테러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책세상 제공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사만화가 147명이 조직한 단체 ‘카투닝 포 피스’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다. 이들이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벌인 국제 활동, 주요 시사만평 200여점, 관련 전문가들의 글과 토론을 담았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시사만화가 플랑튀가 창립한 이 단체에 가입한 시사만화가는 지난해 기준 모두 203명에 이른다.

책 자체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2005년 덴마크 일간지 ‘율랜츠포스텐’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12컷 만평을 내보낸 뒤 만평에 참여한 만화가 일부가 살해 위협을 받았다. 10년 뒤 이슬람을 풍자하는 만평을 내보낸 프랑스 좌파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보복 테러로 편집장 등 12명이 사망했다. 어떤 식으로든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이 금지돼 있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캐나다 만화가 코테의 만평으로 펜을 든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와 총을 든 테러리스트가 맞서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책세상 제공
캐나다 만화가 코테의 만평으로 펜을 든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와 총을 든 테러리스트가 맞서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책세상 제공

샤를리 에브도 사건의 여파인지 책에는 종교를 다루는 만평이 유난히 많다. 국제 정세나 종교 분쟁, 서구 사회 내의 이슬람과 유대교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그림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웬만한 외신 기사보다 더 폭넓은 함의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래서 파스칼 오리 프랑스 파리1대학 교수는 “기자로서의 만평가는 논설위원이나 편집위원을 능가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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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닝 포 피스 지음ㆍ박아르마 옮김

책세상 발행ㆍ200쪽ㆍ1만5,000원

카투닝 포 피스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문화와 종교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오리 교수, 자크 랑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플랑튀 카투닝 포 피스 협회장, 리스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장, 여러 시사 만평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그때의 토론 내용도 책에 담겨 있다.

시사 이슈 전반에 대해 통찰력을 지녔다는 만평가의 자부심은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해서 쉬이 꺾이지 않는다. 리스 편집국장은 “나는 더 이상 항복하지 않을 것이고 나의 사회적 견해를 지킬 것이며 종교에 대해 그림을 그릴 권리를 항상 주장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철학자 레지스 드브레 또한 “민주주의에서 만화가는 진지를 지키는 보초이고 정확히 말하면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말했다. 카나리아가 탄광에서 노래를 멈추는 방식으로 산소 부족을 알리듯 만화가가 펜을 뺏긴다는 건 사상의 자유가 위협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때문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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