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형제ㆍ자매 심리치료 후원도
비장애인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노지수 주임은 지난해 여름 일부러 휠체어 여행을 다녀왔다. 소진공은 이동 약자를 위한 ‘무(無)장애 여행지도’를 제작하고 있는데 이에 앞서 장애인 입장에서 직접 체험을 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직접 휠체어에 타 보니 아주 작은 문턱도 넘기 쉽지 않았다”며 “이동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장애인에게는 전혀 어려울 것 없는 여행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벽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애인들은 평소 집과 치료시설을 오갈 때 가족 등 보호자를 동반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가족들이 다 함께 여행을 갈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효성은 2015년부터 임직원 가족과 장애아동·청소년 가족이 한 가정씩 짝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가는 ‘효성과 푸르메재단이 함께하는 사랑의 가족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충남 부여와 공주를 다녀왔다. 효성 임직원과 장애 아동·청소년 20가족이 유적지를 둘러보고 순두부 만들기, 양초 만들기 등을 체험했다.
여행에 참여했던 한 장애아동의 어머니는 “아이는 물론 가족 전체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며 “아이가 벌써부터 내년에도 여행을 가자고 조르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사랑의 가족여행’에 매년 동참한다는 한 효성 임원도 “여행을 가면 짝꿍 가족과 늘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을 매년 하나씩 늘려 나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효성은 이미 2013년부터 장애아동과 가족을 위한 의료재활 지원기금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후원금을 1억5,000만원으로 늘려 장애 아동의 형제자매를 위한 심리치료와 특기교육도 병행한다. 보호자가 장애아동에게 신경 쓰다 보면 상대적으로 장애아동의 형제자매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효성은 지난해 7월 장애아동의 형제자매 20여명을 초청해 경기도 인근으로 여름 나들이를 다녀왔다.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 활동 지원도 효성의 주요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다. 효성은 2014년부터 발달·지적 장애아동ㆍ청소년 오케스트라 ‘온누리 사랑 챔버’를 후원하고 있고 2015년부터 장애아동·청소년과 가족을 초청하는 ‘푸르메 작은 음악회’를 매년 열고 있다. 2017년부터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와 소리, 음악 정보를 자막으로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음성 해설 영화를 말한다. 효성의 후원금을 통해 ‘미래의 미라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의 영화가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먹거리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효성의 사회공헌활동이다. 효성은 2006년부터 본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등 인근의 취약계층에 쌀과 김치 등을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매년 두 차례에 걸쳐 13년 동안 전달한 쌀의 양은 1만5,000포대를 넘어섰다. 쌀은 효성과 자매마을인 경남 함안에서 구입해 농촌에 안정적인 판로를 열어 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낳고 있다. 김치 역시 60세 이상 취약계층 노인들의 자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 ‘울산중구시니어클럽 전통음식사업단’에서 사들인다.
효성의 사회공헌활동은 오래전부터 해외에서도 병행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진 및 효성 임직원 등 30명으로 구성된 ‘미소원정대’가 2011년부터 베트남 주민 2,400여명을 대상으로 심장혈관외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안과, 치과 무료 진료 및 건강 교육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소원정대는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을 방문해 효성 베트남 사업장의 출산 예정자와 사회 진출을 앞둔 인근지역 대학생 약 15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한 피임방법, 임신 시기별 주의 사항 등 산부인과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현지 초등학생들의 충치 예방을 위한 불소 처치와 안과 검진도 진행했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소원정대 활동으로 지금까지 1만5,000여명의 베트남 지역 주민이 혜택을 받았다.
효성 관계자는 “단순한 경제적 성장을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서 공동운명체 가치를 실현하고 의미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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