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공수법 한계 있지만 반가운 일
진짜 의미는 때늦은 촛불연정의 가동
지속적 개혁 위해 촛불연정 계속해야
선거법과 공수법이 드디어 통과됐다. 물론 선거법은 거대 여당의 횡포로 만신창이가 되어 개혁성이 반감했다. 4년 전 새누리당과 야합해 비례대표를 줄인 개악을 최소한 원상복귀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그대로 뒀고, 사표를 줄이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준연동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래도 여당이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준연동형이라도 도입한 것은 박수를 칠 일이다. 개인적으로, 공수법은 선거법만큼 개혁성이 뚜렷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 지면의 ‘검찰개혁은 어디로? (2019년 10월21일 자 30면)’에서 지적했듯이, 검찰개혁의 방향은 검찰이 과거처럼 정권의 주구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독자적인 권력이 되지 않도록 시민 통제, 국민 통제를 강화하는 것인데, 공수법이 그런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검찰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일단은 좋게 봐주고자 한다.
이 두 법이 갖는 진짜 의미는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문재인정부가 집권 2년 반 만에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냉전적 보수세력’의 반대를 저지하고 사실상 처음으로 ‘개혁입법’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촛불혁명’을 가능케 했던 ‘촛불연합’ ‘촛불연정’ 정치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뒤집으면,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이 같은 촛불연정이 아니라 오만하고 낡은 승자독식의 정치를 계속함으로써 지난 2년 반을 낭비했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패스트 트랙과 이번의 입법은 2019년 말이 아니라 2년 반 내지 2년 전인 임기 초기에 일어나야 했던 장면이다. 물론 문대통령이 협치를 이야기하고 야당대표들을 청와대에 불러 밥을 먹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문재인정부가 나름대로 개혁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려고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 등으로 이를 입법화하지 못하고 시행령에 의존하는, 정치적으로 낙후한 남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행령정권’이 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 나는 문재인정부의 출범에 즈음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세 가지 이유 때문에 과거와 같은 승자독식의 정치를 넘어서, 촛불연정으로 나가야 한다. 첫째, 여소야대라는 국회에서의 객관적인 힘의 관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라고는 하지만 의석의 40% 남짓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정의 형태가 아니라면 촛불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로, 문재인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한 탄핵은 문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혼자 한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권에서 탄핵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의당, 이념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자유주의세력이 다수인 국민의 당, 나아가 유승민 의원 등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상당 의원이 같이했기에 가능했다. 셋째로, 승자독식주의와 이에 따른 사생결단의 정치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때늦었지만, 문재인정부가 선거법에서 자기희생을 통해 촛불연정의 정치를 발동함으로써 ‘개혁입법’을 관철시킨 것은 박수를 쳐줄 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물론 이번 국회는 얼마 남지 않았고 총선에 의해 5월이면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것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여전하다. 첫 번째 이유(의석 분포)도 다당제구조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촛불연정은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비례한국당이라는 ‘짝퉁한국당’을 만들겠다는 자유한국당은 득표와 의석수를 일치시켜 사표를 없애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를 희화하는 코미디와 막장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5%를 득표하고도 6% 의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서울시의원 선거가 보여주듯이 연동형이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더불어민주당까지 짝퉁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막장정치동맹’이 생겨서는 안 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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