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의 해고기간과 30명의 사망자(가족 포함). 그리고 정부까지 나서 도출된 ‘해고자 전원복직’ 합의 이후 갑작스럽게 이뤄진 휴직 통보까지. 지난해 12월 ‘무기한 휴직’을 통보 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10여년 간 겪어온 이러한 일들은 그들과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12일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 범대위)가 공개한 복직(부서배치) 대기자 46명 가운데 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고 10년간 이들은 주로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버티며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견뎌왔다. 응답자 대다수(83%)의 부양가족은 2명 이상이었지만, 지난 1년간의 월 평균 수입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는 83%나 됐다. 월 200만원 이하인 경우도 44%에 달했다. 지난 1년 사이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서 69%가 우울ㆍ불안장애가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이 말 못할 정신질환에 시달린 셈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쌍용차와 쌍용차 노동조합(기업노조)이 당사자 동의 없이 무기한 강제휴직을 통보한 것에 대해 77%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해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71%가 복직을 위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다.
이후 2주간 이들의 일상은 더욱 위태로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불면증에 시달렸다. 휴직 통보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한 날이 하루나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 하루도 없다는 답도 36%에 달했다. 10명 중 4명 가까이(36%)는 잠들기 위해 주 5일 이상 술을 마셨다고 했다. 이들 중 61%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많이 슬프거나 불행하다고 느꼈으며, 대다수(92%)는 지금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고 답했다.
“10년 동안 별 말없던 와이프가 이번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이혼 직전에 와있다” 등 가족 전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토로한 응답들도 나왔다.
쌍용차 범대위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기업은 용서받을 수 없다”라며 “노동자들이 설 연휴에는 복직했다는 기쁜 소식으로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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