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56명 중 18명 지역구서 재선… 19대 국회에선 고작 5명만 재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역 선거를 뛰지 않고 금배지를 다는 ‘특혜’를 누린다. 때문에 특정인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연속 2번 이상 주지 않는 것이 요즘 정치권의 관례다. 정치의 꿈을 계속 이어 가려는 비례대표는 지역구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17대 국회 이후 비례대표들이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비율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12일 본보가 17~19대 국회의 비례대표 164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재선에 성공한 비율은 17대 국회에서 32%(56명 중 18명)으로 가장 높았고, 18대 국회에선 22.2%(54명 중 12명) 19대 국회에선 9.25%(54명 중 5명)였다. 4ㆍ15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20대 국회 비례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21대 국회에서도 그 비율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여야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하면서 ‘이벤트성 간판용 공천’ 혹은 ‘계파끼리 나눠 먹는 논공행상 공천’에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무성하다. 비례대표들이 일회용으로 활용된 뒤 국회를 떠나면 4년간 쌓은 입법 노하우가 허공으로 흩어지게 된다.
비례대표들의 지역구 재선 성공률이 가장 높았던 건 17대 국회였다.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리 4선에 성공해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고,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4선이 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됐다. 역시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3선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됐고 유승희, 민병두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3선이 됐다.
그러나 요즘 비례대표들의 정치 환경은 팍팍해졌다. 원하는 지역구에 공천을 받으려면 독자적 의정 활동을 펼치기보다는 당 지도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능력보다는 총선 흥행에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 삼는 경향이 크다”며 “그런 인사들이 원내에 진출하면 정치적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고, 결국 지역구 도전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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