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검찰 지휘부 대거 지방으로 전보 조치
김 판사 “정권 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 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 글에 진보진영이 어떠한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다. 해당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무죄 판결을 비판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진보진영 내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자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반면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공유하며 “좌파도 경건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기 바란다”고 몰아세웠다.
김동진(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의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정권 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라며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하여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의해 수사와 재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법 앞의 평등이 정치적 상황의 변화나 힘의 논리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추 장관은 8일 검찰 인사를 통해 검찰 고위직을 대거 지방으로 전보 조치했다. 인사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급 검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 부장판사의 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과거 김 부장판사 징계 사면을 촉구한 공지영 작가도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한 김 부장판사 글에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 작가는 지난 2018년 2월 김 부장판사가 ‘사법 농단’을 비판해 내부 징계를 받은 것이 부당하다며 사면을 촉구한 국민 청원에 참여할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독려했다.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 진영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 부장판사의 글을 공유하며 “명문이다. 전문 읽어보시기를”이라고 추천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12일 김 부장판사 글을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며 “국제인권법 소속 재판관의 말씀이다. 좌파도 경건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한편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두고 여론조사 결과는 ‘잘했다’는 여론과 ‘잘못했다’는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잘못했다’는 부정평가는 47.0%(매우 잘못했음 40.0%, 대체로 잘못했음 7.0%)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잘했다’는 긍정평가는 43.5%(매우 잘했음 29.9%, 대체로 잘했음 13.6%)로 나타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오차 범위 내인 3.5%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CBS 의뢰로 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