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민간 은행장에까지 개입해 낙하산 논란”설명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 반대에 2차례 무산… ‘내로남불’비판 일어
국책은행인 IBK 기업은행 신임 행장에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하면서 불거진 ‘낙하산 인사’ 비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어서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아 인사권이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현 여당의 반대로 두 차례 기업은행장 임명에 실패했던 사례와 함께 이전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기업은행장 인사에 대한 시민사회계 비판 관련 질문에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해서 낙하산 인사니 마니 하는 평을 들었던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한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 수혈을 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할 수 있다”며 “우리(정부)가 발탁한 윤 신임 행장이 자격미달이면 모르겠는데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 해야할 일의 관점에서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민간 은행장에 대해서까지 관료 출신을 내려보내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정부는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다고 강변하겠지만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며 성명을 내면서 무산됐다. 2016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려 했을 때도 민주당이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하며 저지했다.
그러나 행시 27회로 전형적인 경제관료 출신의 윤 행장을 임명하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여당은 침묵하고 있다. 똑 같은 기업은행장 자리를 두고 180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날 문 대통령이 ‘때에 따라 정부가 개입할 수 있고 자격이 있는 인사라면 괜찮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 역시 과거 민주당의 논리와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를 보유한 국책은행이지만, 공공기관이면서 상장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에 윤 행장이 신임 행장으로 임명되면서 앞서 3대 연속 내부 출신의 행장이 임명됐던 기록은 10년 만에 깨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노조ㆍ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ㆍ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달 31일 내정 철회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고,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까지도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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