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문지 빌보드에 글을 쓰는 제프 벤저민(31). 국내 아이돌 가수 팬들 사이에서 ‘K팝 전도사’로 불린다. 아무도 모를 시절, K팝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놓아 외친 인물이어서다.
벤저민이 1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을 찾았다. ‘2020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을 받기 위해서다. 한 해 동안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개인과 단체 등에 수여하는 상이다.
그가 처음 K팝에 관심을 가진 건 여성 그룹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리던 2009년쯤이다. 관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2011년 빌보드 인턴 기자로 근무하며 K팝 전담 팀을 만들 것을 건의했고, 그 자신이 K팝 전문 필자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싸이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K팝 가수들을 미국에 소개했다. 지금은 ABC, CNN,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 매체들이 K팝 보도를 위해 그를 찾는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벤저민은 K팝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K팝이 인기를 끌자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아이돌 그룹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어떤 팀도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나 음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 노력,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K팝을 다른 음악보다 두드러지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K팝을 보라 주장해 온 그였지만, K판 성장세는 그에게도 놀랍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그리 큰 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6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성장세는 다른 곳으로 계속 번져 나갈 것이라는 게 벤저민의 예측이다. 그는 “아직은 K팝 가수에만 주목하지만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듯 재즈나 록 등 다른 장르도 진정성과 독창성만 있다면 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저민은 방탄소년단에 대해 데뷔 때부터 열심히 글을 써서 소개해 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방탄소년단은 노래와 춤, 랩이 매우 뛰어나고 외모도 훌륭하지만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의미가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점이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만든 것”이라 강조했다. 영어의 벽을 뛰어넘은 데 대해서도 “요즘 시대의 음악에선 언어의 중요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면서 “자신들을 잘 표현하고 팬들과 소통할 수만 있다면 굳이 영어로 부를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다. 내달 발표되는 방탄소년단의 신곡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싱글 차트 성적은 8위가 최고인데, 이번에는 아마 5위 이내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팝은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음악, 춤 등 퍼포먼스도 그렇지만,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그는 “K팝 기획사는 새 앨범 관련 티저 영상을 2주 전부터 공개하고 뮤직비디오, 타이틀 곡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영리한 마케팅을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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