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 데 이어 14일 기자회견에서도 접경 지역 협력이나 개별 관광, 스포츠 교류는 물론 필요하다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까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대북 종교ㆍ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북미 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해 미국은 지속적으로 대화 요청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를 통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만나겠다며 협상의 문턱을 높인 상태다.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미 대화 중단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꺼져가는 북미 대화의 불씨를 되살려내고 후퇴 조짐마저 보이던 남북 협력에 온풍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북 제재 문제를 두고 미국 등 우방은 물론 국제사회와 갈등할 여지가 없지 않다. 정부가 우선 염두에 두는 접경지 협력이나 스포츠 교류, 개별 관광 등은 대북 제재와 무관해 보이지만 남북 간 철도ㆍ도로 연결, 개성공단 재개 등은 유엔 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사업이다. 15일 미 재무부의 북한 기업 추가 제재에서 보듯 미국은 그동안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해외 기고문에서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국제 질서”를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미국도 우리의 그런 의지나 희망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과정에서 정부가 미국의 “이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은 힘있게 추진하되 미국과의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외교적 소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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