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족이 왕실을 ‘탈퇴’한다고요?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을 떠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해리 왕자는 8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려 한다”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왕실은 해리 왕자가 발표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크게 충격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여왕은 13일 긴급 가족회의 끝에 두 사람의 독립을 허락했습니다.
왕실 독립=메그 시트?
해리 왕자는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요? 사실 갑작스러운 소식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에는 첫째 자녀 출산 후 아프리카로 이주할 거란 얘기가 나왔고, 10월에는 캐나다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죠. 한 마디로 각종 ‘설’이 현실이 된 상황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해리 왕자는 2018년 5월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했습니다. 마클 왕자비는 전통적인 영국 왕실의 며느리상에 가까운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는 달리 미국인ㆍ연상ㆍ혼혈ㆍ이혼녀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런 탓에 마클과 결혼한 이후 윌리엄·해리 형제의 갈등설은 끊이지 않았지요. 윌리엄 왕세손은 처음부터 이혼 가정에서 자란 마클을 못마땅해했다고 하죠. 미들턴도 손아래 동서인 마클과 갈등을 빚었다고 해요. 해리 왕자 부부가 런던 켄싱턴 궁에서 나와 버크셔주 윈저성 인근 프로그모어 코티지로 이사한 것도 왕세손 부부와 사이가 나빠져서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번 독립을 두고 ‘메건’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합친 ‘메그시트’(Mexit)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어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명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영국 한 신문사에서 서섹스 공작(해리 왕자)과 케임브리지 공작(윌리엄 왕세손)의 관계에 대해 추측성 가짜 보도를 실었다”고 밝혔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언론에 대한 적대감 커져
해리 왕자가 독립을 선언한 또 다른 이유로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도 거론됩니다. 영화배우였던 마클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이들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영국 언론과 마찰을 빚었죠. 마클은 출산을 앞둔 지난해 2월 전용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특급호텔에서 ‘베이비 샤워’를 열었다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또 이들 부부는 같은 해 5월 첫째 아들 아치가 태어나기 전 프로그모어 코티지 개조에 세금 240만파운드(약 37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정작 아치가 태어나자 그 동안 관례를 깨고 출산 병원은 물론, 아치의 대부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아 왕실 가족으로서 혜택만 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어머니 다이애나 비의 죽음도 해리 왕자가 언론에 적대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어요. 다이애나 비는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가 탄 오토바이의 추적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불과 12세에 어머니를 잃은 해리 왕자는 큰 충격에 빠지면서 한동안 방황했어요. 10년 간 군 복무를 하며 방황기를 벗어났는데, 언론의 표적이 되면서 어머니를 잃은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해리 왕자가 일부 언론을 고소한 적도 있는데 그 당시 “나는 어머니를 잃었고 이제 내 아내가 동일한 강력한 힘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본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죠.
왜 하필 캐나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을 떠나 캐나다와 영국을 오가며 지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마클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마클은 2011년 법률 드라마 ‘슈츠(The Suits)’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죠. 슈츠 촬영을 위해 수년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한 적이 있어 그에겐 매우 익숙한 곳입니다.
또 해리 왕자와 처음 만난 곳도 바로 토론토였죠. 두 사람은 연애 시절 주로 캐나다에서 데이트를 즐겼다고 해요.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도 캐나다에서 보냈고요. 캐나다가 영연방 국가란 점도 이들이 캐나다 거주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캐나다에서는 벌써부터 세금으로 경호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보도가 나와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순탄할까요?‘똑똑 뉴구세요?’가 마음에 들었다면 <뉴;잼>을 구독해 보세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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