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거래량 60~70% 줄어… 급매물 주로 반영돼 통계 착시”
정부가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값이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연일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치솟던 집값이 방향을 틀었다기보다 ‘거래가 끊겨 발생한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12ㆍ16 대책 이후) 여러 통계지표를 종합하면 주택시장이 확연하게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가격은 이미 지난주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15일 설명자료를 통해 “12ㆍ16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은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주간 통계로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이날 한국감정원의 1월 둘째주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4%로 전주에 비해 0.0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서초구는 2019년 6월 이후 30주 만에 보합세를 보였고, 강남구(0.01%)와 송파구(0.01%), 강동구(0.04%) 등 강남4구의 상승 폭도 크게 축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은 상당히 안정화되는 듯하다”고 밝힌 근거도 한국감정원 자료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의 해석은 다르다. 15억원 넘는 일부 초고가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나오고는 있지만, 가격 하락이 대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장은 “15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문의가 많이 줄었다”며 “재건축아파트 관련 문의도 많지만 중도금 대출 제한으로 실제 거래는 미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값이 되레 오른 곳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0.38㎡는 지난달 29일 25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됐다. 이는 12ㆍ16 대책 일주일 전보다 4억원 오른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 절벽’이 통계 착시를 부르고 있다고 해석한다. 한국감정원은 전국 아파트 중 일부를 추출해 표본을 정한다. 조사 당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여러 평가설계를 통해 가격을 ‘추산’ 한다. 거래 침체기에는 그만큼 통계의 현실 반영률이 떨어지고, 자칫 거래 침체가 가격 하락으로 잘못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12ㆍ16 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KB주택시장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강남권 매수우위 지수는 전주보다 4.6 떨어진 105.4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전체는 104.3으로 전주에 비해 0.9 오르는 데 그쳤다.
매수우위 지수는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 수의 차이를 지수화한 것인데, 값이 떨어질수록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KB부동산 리브온은 “계속된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시장은 극도의 소강상태”라고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2ㆍ16 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량이 60~70% 줄었다”며 “급매물만 통계에 반영되다 보니 약보합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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