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시절 친이ㆍ친박 대변 … 유승민과의 ‘과거 앙금’도 작용
새로운보수당이 16일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 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양측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보수 진영 안팎에서는 갈등의 저변에 과거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시절 친이명박(친이)계와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이었던 박 위원장과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사이의 앙금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새보수당은 이날 작심한 듯 박 위원장을 공격했다. 유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지상욱 새보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립적 의무를 지닌 위원장으로서 새보수당의 정치행위에 대해 왜 가타부타하느냐”며 “중립성을 위반한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제안한 ‘당 대 당 통합기구’에 대해 박 위원장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 대 당 통합 형식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새보수당은 지난 9일 혁통위 출범 당시부터 박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에 대해 ‘새보수당이 동의하지 않은 위원장’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혁통위가 새보수당과 사전 교감 없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가까운 박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앉힌 데 대한 불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기운 박 위원장의 태도를 문제 삼는 듯 하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유 위원장 간 ‘과거 악연’이 갈등의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대선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으로 간주됐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박 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유 위원장은 양 캠프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하며, 연일 거친 공격을 주고 받았다. 박 위원장이 2017년 한 방송에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유 위원장은 굉장히 날카로운 창이었고, 나는 방패 같은 관계였다”라고 회상한 데서도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 구분이 옅어지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두 위원장의 정치적 행보는 겹칠 기회가 없었다. 13년이지났지만,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 측 관계자는 “두 위원장이 아직까지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두 위원장 간 ‘구원’이 향후 통합논의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보수 진영 내부 분위기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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