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농성에 막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에 “손색없는 인사”라고 밝히며 ‘낙하산 논란’을 일축했지만, 윤 행장은 노조의 저지로 2주째 계속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당청정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에 막혀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2분만에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의 출근시도 무산은 지난 3일과 8일에 이어 세 번째다. 윤 행장은 기자들에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문제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며 “계속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은 ‘집무실 밖 업무’는 벌써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이는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 금융권까지 통틀어도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14일)과 같은 역대 최장기 출근저지 기록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행장 임명의 정당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2013년 기업은행장 후보에 올랐다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낙하산 인사와 관치라는 이유로 반대해 낙마했던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론했다. 노조는 “이력이 거의 비슷한데 허경욱은 안 된다더니 윤종원은 되느냐”며 “청와대는 상황 논리로 자기모순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노조의 반발 심리를 더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인 만큼 인사권이 정부에 있고, 윤 행장은 경력 면에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가 기업은행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에 출근저지 사태 해결 방안을 문의하며 갈등 해소 기대감이 커졌는데, 대통령의 발언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오히려 노조를 자극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책은행장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노조가 반발하는 건 도를 넘은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노조는 당정청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연맹 등이 연대 의사를 밝혔고,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21일 당선 이후 힘을 싣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선 기업은행장 인사 갈등이 노동계와 정부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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