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제 응급의학 전문의 “외상센터에게 예산 인력 운영 자율성 줘야”
이국종 교수 “적자 아닌 지 오래. 무조건 적자 탓만” 지적
이국종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이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한 뒤 아주대 의대 교수회가 의료원장 사과와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폭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에서 지원한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한계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송명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7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이 센터장의 폭로 핵심은 의료원장의 폭언보다 폭언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문의는 “(의학계 통계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를 1명 볼 때마다 약 140만원 적자를 보는 구조로 돼 있다. 병원 측, 경영진의 입장에선 돈이 안 되는 게 맞다”며 문제는 국가 재정 투입의 비효율성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문의는 “국가 재정 투입은 전국에 있는 17개 권역 외상센터에 투입한다”고 천편일률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이 있는 아주대 병원은 센터장의 유명세 때문에 적자가 더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문의는 “아주대 병원은 이 교수님 전국적 명성이 대단하다 보니 환자가 몰리는 구조로 돼 있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더 많이 몰리다 보니 적자 구조가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문의는 “한국 의료 시스템상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이 권역외상센터를 다루다 보니 병원 별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이 외상 환자를 열심히 볼수록 병원에서 그 수익으로 인력을 충원해줄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게 급선무”라며 “병원 특성에 맞춰 외상센터 별 인력 기준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의 폭로로 권역외상센터 지원이 촉구되는 상황이지만, ‘2020년도 예산안 보건복지위원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권역외상센터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31억1,500만원 깎일 예정이다. 예산을 쓰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인원 채용 기준이나 1인당 인건비 지원액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전문의는 “일이 고되다 보니 의사 및 간호사를 뽑는 게 어렵다. 안 쓴 게 아니라 인력을 못 뽑아서 못 쓰고 있는데 예산이 삭감돼 어처구니가 없다”며 재정 지원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의료진은 오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인데 우리를 쥐어짜서라도 보다 보니 사회적 폭력이 의료진과 서로 태울 수 있는 그런 태워버릴 수밖에 없는 물리적 환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센터장의 폭로에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유 의료원장에 사과와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폭언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진 않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 센터장은 또 외부에서 권역외상센터의 문제는 적자라는 지적을 반박하며 “적자가 아닌 지 오래됐다. 요즘은 적자 얘기 못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1원 한 푼이라도 적자 나면 이거 하겠는가. 앵벌이 뛰는 것 같다”고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중요한 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17개 외상센터 중 아주대병원은 그중 가장 큰 규모의 외상센터인데 정작 병원에서는 골칫덩어리의 적자의 주범처럼(취급된다). 필요 없는 조직처럼 이렇게 취급되고 있는 병원에서는 외상센터를 운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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