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인 진술 신빙성 없어
‘딸 KT 부정채용’ 청탁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17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회장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채택을 무마해주고 그 대가로 KT에 딸의 부정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 의원 딸이 지원 마감기간을 훨씬 지나 서류를 제출했고 더구나 인ㆍ적성 검사에서 떨어졌는데도 최종 합격한 점을 미뤄 KT가 ‘부정채용’이란 방식으로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 역시 김 의원 딸이 특혜를 제공받아 KT에 채용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건 뇌물죄를 입증해 줄 핵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이 KT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받았다고 봤다. 김 의원 딸 A씨는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한 후 이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김 의원 청탁을 받은 KT가 이례적으로 A씨를 콕 집어 파견계약직으로 입사시켰고, 신입사원 공채 접수 절차가 종료된 이후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김 의원 딸을 합격시켰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김 의원에게 준 뇌물로 보진 않았다.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뇌물을 준 이석채 전 KT회장이 특혜채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가장 핵심인 서유열 전 KT사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 전 사장은 김 의원, 이 전 회장과 2011년 여의도 소재 식당에서 가진 만찬 자리에서 이 전 회장에게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A씨의 정규직 전환을 지시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은 만찬을 한 시점이 2011년이 아닌 2009년이었고, 당시는 A씨가 대학생이라 채용을 청탁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실제 재판부가 서 전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을 살폈더니 이들 세 사람이 만찬을 한 시점은 2009년인 걸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증인 모두 만찬은 단 한 차례 있었고 증인이 식사 대금을 지불했다고 진술했다”며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이 증인에게 정규직 채용을 지시했다는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증명이 되지 않은 이상 공범 관계에 있는 김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역시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법정을 나서면서 "검찰은 7개월 간의 강도 높은 수사와 6개월 간의 재판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처벌하려 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특별한 (처벌)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이 밝혀진 만큼, 저는 오는 4월 총선에 나가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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